사랑하는 니가 사랑하는 날 더 소중하게
평상시보다 조금, 아주 조~금 여유로운 아침.
어제 퇴근 후 달걀을 사러 간다던 신랑 손에 주렁주렁 들려있던 내가 먹고 싶다 한 귤, 아이들이 아플 때도 거부 없는 비요뜨.
빈 속으로 보내면 오전 간식 바로 먹겠지 하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내내 신경이 쓰이는데 요거트라도 먹여서 보내면 딱 적당하다 느껴진다.
단유 했지만 아직 띠띠와 이별하지 못한 둘째가 말랑이처럼 가슴을 눌러대고 잠결에 머리로 내 코를 박은 첫째 때문에 코에 비릿한 코피 냄새와 욱신욱신한 통증으로 시작한 아침.
하지만 아이들은 기분 좋게 웃으며 일어났고 비요뜨로 더 기분 좋게 깔깔거리며 준비를 했다.
신랑과 둘째가 웃으며 출근하고, 내가 씻는 동안 혼자 먹으라고 얘기하고 들어갔는데 곧 졸졸 내 뒤를 따라와서 종알종알 떠드는 첫째.
“엄마~ 알포가(요즘 보는 유튜브 주인공 로봇. 다니엘이란 아이를 돌봐주는 로봇이다) 다니엘이 악어가 있는 물에 들어가서 화를 냈어”
“아~ 다니엘이 위험한 행동을 해서 알포가 화가 난 거야?”
그러자 갑자기 답답해 죽겠다는 듯 화를 내며
“아니이이이이!! 악어가 다니엘을 위험하게 할까 봐 악어한테 화를 낸 거야!! 다니엘 구멍 내지(=다치게 하지) 말라고!!!”
그러려니 할 대화였는데 갑자기 띵- 한다.
위험한 행동을 한다고 아이를 혼내왔는데, 아이가 원한 방법은 달랐구나.
그렇게 해주지 않는 엄마에게 서운했을 수도 있겠구나.
어느 직장이나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돌아이 보존 법칙]이라고, 그 모임에 돌아이가 없으면 그게 바로 나라는 이야기.
웃으며 얘기하지만 너무 공감한다.
나와 첫째 임신 전부터 틀어졌던 사람이 요즘 들어 자꾸 시비를 걸어서 조금 지쳐있었다.
그런 사람인가 보다 그러려니 하고 나만 참으면 모두가 평화로울 것 같아 그냥 참고 있었는데, 더 이상 참기가 힘들어 어떻게 하나 기도하고 있었다.
저 사람을 불쌍히 여기자. 내가 어른이니까 참아주는 거야. 나만 손바닥 부딪히지 않으면 손뼉 소리는 들이지 않아.
하며 6년 정도를 참았나 보다. (육휴 기간 빼면 4년)
그런데 아침 아이의 말을 듣고 아이의 시각으로 보니, 난 왜 이렇게 답답한 사람이었을까.
나의 이런 답답함을 아이가 닮아가는 건 아닐까 생각하니 오싹해진다.
아이들이 아침에 먹고 남은 비요뜨 용기를 정리하는데 싹싹 긁어먹은 첫째와 과자만 건져 먹은 둘째 용기가 확연히 비교가 된다.
아이들이 없는데 용기 만으로도 웃음이 나온다.
물 한 잔 못 먹고 출근하면서 아이들 영양제 젤리까지 챙겨 먹이고 보내서 오늘 아침은 100점짜리 아침인 것 같다.
이렇게 사랑하고 있구나.
모성애가 없는 엄마라고 미안해했는데, 그 마음마저 사랑이었구나.
이렇게 사랑하는 너희가
아직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
조금이라도 행복한 방법을 찾아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