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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철미 Jul 13. 2023

사소한 감사가 모인 아침

1. 생리가 터졌는데 속옷만 버리고 잠옷 바지, 이불도 버리지 않았다.

2. 비도 오고 생리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몸이 가뿐하다.

3. 생리 덕분에(?) 일찍 일어나고, 뭉개지 않고 (흐르는 느낌 나자마자) 바로 일어나서 아침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화장할 시간도 벌었다.

4. 처음 써보는 플라스틱 가이드가 없는 템포를 두 번의 시도 끝에 성공했다! 매달 생리대, 템포 가이드로 나오는 플라스틱 때문에 죄책감? 에 시달렸는데.. 그나마 좀 덜었다!

5. 내가 일어나자 아이들도 일찍 일어나서 둘 다 아침을 먹고, 첫째는 어제 산 던킨 도넛까지 야무지게 먹고 갔다.

6. 오늘 문화센터 날이라 가방에 물티슈, 기저귀를 챙겼는데 도넛 먹고 찐득해진 아들 손을 닦아줄 수 있었다.

7. 둘째 어린이집에 물난리가 나서 내일까지 못 가는데 수, 목은 오빠가 금요일은 내가 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토요일이 성경학교라 할머니댁 보내기도 애매했다)

8. 둘째가 울지 않고 웃으며 나와 첫째를 배웅해 줬다.

9. 덜렁이 첫째가 어제 어린이집에 비옷을 벗어두고 왔는데 조금 작지만 여벌 비옷이 있었다.

10.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차 기다리는 동안 안아달라는 아이를 안고 눈 맞추며 다정한 아이의 눈빛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힘이 세고 건강한 건 정말 큰 감사거리다)

11. 화 한번 내지 않고 아이를 등원차에 싣자마자 부슬비가 하얗게 보이는 장대비로..!(정말 드라마틱했다..!!!!)

12. 차 타자마자 우르르 쾅쾅 천둥이 쳤지만, 이미 이틀 전 천둥소리를 듣고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아이기에 나도 걱정되지 않았다.


아침 두 시간 남짓 열 가지가 넘는 감사거리라니.

이런 아침을 주셨으니 오늘 하루는 더 좋은 기운을 뿜으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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