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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철미 Apr 09. 2024

터져 나오는 그리움이 흘러넘쳐서

외동딸 성격인 너에게 줄줄이 남동생 셋을 데려온 나쁜 엄마가

사랑하는 내 딸 모로야.

네가 세상을 떠나고 두 번의 밤을 지났어.

아이들이 태어난 뒤로는 항상 밤에만 곁에 다가와 엄마의 체온을 덥혀주던 너였기에, 유난히 길고 추운 밤이었어.


엄마랑 아빠는 우리 모로를 엄청 사랑했는데,

혹시 마지막에 넌 전 주인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잠시 괴로웠어.

그런 고민 따위 우습게 느껴지게 해 주었던 집요하리만큼 엄마를 따라오던 눈동자.

그 초록색 눈동자를 엄마가 잊을 수 있을까?


어차피 못 잤는데 가는 네 앞에서 계속 속삭여줄걸, 가는 순간까지 눈앞에 있어줄걸.

마지막 힘 짜내서 엄마 손에 기대온 너무 가벼웠던 너의 몸의 무게와 온도를 엄마가 잊을 수 있을까?


아빠가 너무 힘들어해서 엄마는 조금 천천히 울려고 했어.

아빠를 좀 달레고 나서 마음껏 그리워하려고..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아서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정말 갑자기 불쑥 덮쳐오는 슬픔은 엄마가 숨을 멈추고 몸을 웅크려서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더라.


너무 사랑했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내 첫 고양이 모로야.

우리 곁에 와줘서, 아픔을 딛고 마음을 열어줘서, 10년을 함께 살아줘서, 마지막까지 엄마아빠 위해 버티면서 시간 보내주고 가줘서 고마워.


돌이켜보니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네.

고양이별에선 신장 수치 걱정 없이 맛있는 사료, 간식 마음껏 먹고 놀다가 엄마아빠 올라가면 꼭 마중 나와줘.

가끔 엄마가 너무 못 자거나, 아빠가 널 너무 그리워하면 꿈속에서라도 찾아와 주라.


지금도 네가 너무 그리운 엄마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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