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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의 무게

그냥 밥만 보고 먹어, 밥에 집중해

by 김무균

어쩌다 딸아이와 둘이서 점심을 같이 먹게 되었다.

메뉴는 나 스스로를 위해 정성을 다해 만든 볶음밥이었다.

깎은 감자와 햄을 깍둑 썰고, 양배추와 대파를 어슷 썰어 프라이팬에 먼저 넣고 볶은 다음,

찬밥을 넣고 다시 함께 버무려 볶았다. 볶으면서 간 마늘 한 스푼과 참치 액젓 약간을 넣고, 진간장 한 스푼에 맛소금도 약간 넣어 간을 맞춘 후, 마지막으로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렸다.

드디어 지상 최고의 ‘감자·햄 ·양배추볶음밥’이 완성됐다.

그런데 이 지상 최고의 볶음밥을 먹고 알아줄 이가 나 외에는 없었다.

아내와 아들은 며칠간 지방으로 합숙을 떠나고 없었고, 딸아이는 제 방에서 취침 중이었다.

백락(伯樂)이 없는 데 천리마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자는 딸아이를 깨워 식사를 종용했다.

그렇게 어쩌다 딸아이와 둘이서 식사를 같이 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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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히 깊은 우물이다. 고개를 깊숙히 들이밀고 물을 긷는다. 누군가 마시지 않아도 마실 사람이 없어도 좋다. 스스로 갈증을 못이겨 긷는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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