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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균 Nov 03. 2022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고르지 못한 것이 문제다

나의 유치하고 가벼운 논어 이야기②

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듣건대 나라를 경영하는 자는 (재화가) 적은 것을 근심하지 않고 고르지 못한 것을 근심하며, 가난을 근심하지 않고 안정되지 못함을 근심한다. 대개 (분배가) 고르면 가난한 사람이 없고조화로우면 적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며, 안정되면 (나라가) 기울어질 일이 없다.”


孔子曰 “丘也聞有國有家者, 不患寡而患不均, 不患貧而患不安. 蓋均無貧, 和無寡, 安無傾”<계씨편季氏編>


체면이 있지 그런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배가 고팠다. 아니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배가 아팠다.


얼마전 지인이 주식 한 종목을 알려주며 장차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 했다.(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원래 주식 종목은 추천하는 것이 아니다. 추천했다가 잘못되면 평생 큰 원망을 듣는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을 때는 빙 돌려서 이야기하는데, 이를 캐치하려면 눈치가 빨라야 한다. 눈치 없는 친구가 폭등한 주가를 보고 나중에 그때 왜 이야기 안 해주었냐고 하면 “그때 이야기해 주었잖아”라고 이야기할 뿐이다.) 원체 팔랑귀인지라 그 이야기를 듣곤 종목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시간에 쫓기듯 다음 날 덜렁 그 종목을 매수했다. 곧 큰 수익이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주가가 오르기는커녕 시나브로 내리더니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한 달이 지나니 30% 가까이 주가가 빠져 있었다. 줄어든 자산을 보며 팔랑귀를 원망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종목에 몰빵을 했다는 지인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았다.


이후로도 지인은 그 종목에 대해 좋은 재료가 있어 앞으로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며 몇 번이나 더 이야기를 했다. 자신은 다른 종목을 팔아서 틈틈이 더 사 모으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원체 간담이 작고 지금까지의 손실도 감내하기 힘든 나는 과연 저 재료를 믿을 수 있을까? 있다면 재료의 효과가 있기나 한 걸까?, 라며 매수를 망설였다. 그렇게 결정 장애자가 되어 ‘리스크가 없는 대신 수익도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지인이 말하던 종목의 주가가 오전장부터 슬금슬금 오르더니 종내는 상한가를 쳤다. 이게 웬일인가 싶어 핸드폰으로 관련 기사를 검색해보니 지인이 말한 그 재료가 언론에 보도되어 있었다.


오호애재라嗚呼哀哉! 그때, 그날, 주가가 30% 이상 빠져있을 때 망설이지 말고 추가 매수를 했었어야 했다.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왔으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이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후회를 하지 않을 수도 없지 않은가. 후회와 통탄을 하는 그런 와중에도 한편으로는 그 주식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몰빵을 했고, 추가로 틈틈이 더 그 종목을 사 모았다는 지인이 생각났다. 그 친구는 도대체 오늘 하루 만에 얼마나 번 거야? 내일 또 이 상태로 상한가를 친다면 그 수익이 엄청날 텐데.... 갑자기 배가 아프고 속이 쓰렸다. 내 수익의 적음보다 지인의 큰 수익을 생각하니 엄청난 상실감이 밀려들었다. 같이 손실을 보고 있을 때 나는 가난하지 않았는데, 함께 이익을 얻고 나서는 크게 가난해졌다.


좋은 주식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그것을 살 수 있는 용기그것을 쥐고 있을 수 있는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력이다.”(‘100배 주식’ 크리스토퍼 메이어)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고르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 계씨편季氏編이 아니라 위정편爲政編에 나왔어야 할 이 논어의 문장은 위정자들이 마음 깊이 새겨두어야 할 지고至高한 명언이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작금의 대한민국이다. 같이 가난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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