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9월이 갔다는 사람이 있고 내일 10월이 온다는 사람이 있다. 어느덧 여름이 다 갔다는 사람이 있고 이제 가을이 온다는 사람이 있다. 열차가 떠나고 없다는 사람이 있고 곧 다음 열차가 온다는 사람이 있다. 갔다는 것은 이별이고 온다는 것은 만남이다. 갔다는 것은 미련이고 온다는 것은 설렘이다. 떠나고 없다는 것은 절망이고 곧 다시 온다는 것은 희망이다. 가고 온다는 이 말 한마디, 단어 하나를 씀에 있어서도 이별이 있고 만남이 있다. 미련이 있고 설렘이 있다. 절망이 있고 희망이 있다. 오늘 계절이 바뀌는 산길을 걷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오늘 낮은 참 푸르렀고 밤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추야우중(秋夜雨中)|최치원(통일신라, 857~미상)
추풍유고음秋風唯苦音 가을바람에 괴롭게 읊나니
세로소지음世路少知音 세상에 알아주는 이 적네
창외삼경우窓外三更雨 깊은 밤 창밖에 비는 내리고
등전만리심燈前萬里心 등불 앞 마음은 만리를 달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