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는 퀴클로프스들이 산다.
이들은 엄청나게 키가 큰 거인인데 외눈박이다.
키만큼이나 목소리가 커서 쩌렁쩌렁하고
한 곳만 바라보는 커다란 외눈을 두리번거릴 때면
가슴이 섬뜩하고 오금이 저린다.
나는 두 개의 눈을 가졌고 키가 작다.
키만큼이나 목소리도 작아 어떨 때는 숨소리처럼 가늘다.
작은 두 개의 눈은 한 곳을 바라보지 못하고
늘 주변을 경계한다.
나는 세상의 다수를 차지하는 종種으로
원래 이곳에 살던 원주민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주변으로 밀려났다.
피사로와 코르테스에 의해
잉카와 아즈텍이 사라지듯 나의 존재는 없어졌다.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었고
좌우를 살피던 두 눈은 배척되었다.
나는 이제 두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힘들고
성대聲帶는 퇴화되어 소리를 잃어버렸다.
그런 시간이 이미 오래되었다.
퀴클로프스들이 동굴 밖으로 떼를 지어 나와
스크럼을 짜고 큰 소리로 외친다.
나는 어느새 귀까지 멀어
앞과 뒤가 없는 그 소리를 알아듣지 못한다.
나는 드디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됐다.
※사진 : 네이버 백과사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