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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무균 Nov 21. 2022

진격의 외눈박이

곳에는 퀴클로프스들이 산다.

이들은 엄청나게 키가 큰 거인인데 외눈박이다.

키만큼이나 목소리가 커서 쩌렁쩌렁하고

한 곳만 바라보는 커다란 외눈을 두리번거릴 때면

가슴이 섬뜩하고 오금이 저린다.

나는 두 개의 눈을 가졌고 키가 작다.

키만큼이나 목소리도 작아 어떨 때는 숨소리처럼 가늘다.

작은 두 개의 눈은 한 곳을 바라보지 못하고

늘 주변을 경계한다.

나는 세상의 다수를 차지하는 종으로

원래 이곳에 살던 원주민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주변으로 밀려났다.

피사로와 코르테스에 의해

잉카와 아즈텍이 사라지듯 나의 존재는 없어졌다.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었고

좌우를 살피던 두 눈은 배척되었다.

나는 이제 두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힘들고

성대聲帶는 퇴화되어 소리를 잃어버렸다.

그런 시간이 이미 오래되었다.

퀴클로프스들이 동굴 밖으로 떼를 지어 나와

스크럼을 짜고 큰 소리로 외친다.

나는 어느새 귀까지 멀어

앞과 뒤가 없는 그 소리를 알아듣지 못한다.

나는 드디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됐다.


※사진 : 네이버 백과사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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