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흥미롭게 본 글이 하나 있어요. '꿈의 해상도' 반짝 인기 후 시들…사람들은 왜 8K TV 안살까 라는 기사인데, 구매력이 있다면 하이엔드 제품을 선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라서 조금 의외였네요. 그래도 단순히 8K TV의 판매량이 감소했다는 것 뿐이었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텐데,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은 판매가 부진한 이유였습니다. 8K TV가 잘 팔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콘텐츠의 부재'가 지목됐거든요. 즉, 최고의 기술을 갖춘 TV이건만 그 기술을 제대로 체감할 '내용물'이 없다보니 굳이 더 비싼 돈을 들여 8K TV를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8K TV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기술과 콘텐츠의 밸런스입니다. 새로운 기술과 그것을 제대로 체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모두 적절히 갖추어졌을 때, 그제야 비로소 제대로된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니까 말이죠.
사실 기술의 발전이 빠른 현대사회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예를 들어 불과 몇달전까지만해도 콘텐츠 산업의 미래로 지목되며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은 메타버스와 NFT와 같은 기술은 벌써 그 열기가 식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들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든 것 역시 8K TV와 비슷합니다.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선뜻 지갑을 열만큼의 매력적인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다만 차이가 있다면 8K 콘텐츠는 절대적인 양이 부족한 반면, 메타버스와 NFT는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이 나와서 그것들의 질을 선별하는 것이 과제가 된 경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런 기술들이 사장되거나 사라지지지는 않을 겁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것을 제대로 실현할 콘텐츠와의 밸런스가 아직 맞지 않았을 뿐이지, 시간이 지나 양과 질 모두를 충족하는 콘텐츠가 많아진다면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죠. 과거 풀HD TV가 처음 등장 했을 당시 너무 선명 화질 때문에 피부 트러블까지 보이게 될 것을 우려한 배우들이 출연을 기피해, 드라마의 제작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해괴한 예측도 있었지만 풀HD를 넘어 4K까지도 일상화된 지금을 보면 8K TV나 메타버스, NFT의 시대도 분명히 올 것은 확실합니다.
다만, 아직은 과도기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매력적인 기술이고, 연일 언급되고 있다곤 하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낯선 부분이 있는 것도 맞거든요. 너무 성급하게 뛰면 꼭 좋지 않은 결과가 뒤따르는 법입니다. 실제로 최근에 논란이 된 '트위치 스트리머 NFT 게이트'와 같은 사건은 오히려 NFT 대중화에 발목을 붙잡은 꼴이 되고 말았죠. 이럴때일수록 한번쯤은 숨을 가다듬을 필요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