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수는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94년생 여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지적장애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사회적 약자인 창수는 부모가 없다는 두 번째 핸디캡을 갖고 있습니다. 네, 생물학적 부모야 어딘가에 있겠지만 그들은 창수를 시설에 맡기고 떠났습니다. 물론 그들에게도 피치 못할 사정이야 있었겠지만, 글쎄요. 평생 엄마, 아빠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 창수를 생각하면 그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줄 아량은 진즉부터 없습니다.
처음 창수와 연을 맺은 건 대학생 시절이었습니다. 자원봉사를 위해 찾았던 승가원에서 창수를 만났어요. 어쩌다 보니 10년도 넘게 연락을 하며 언니, 동생 하는 사이로 지내고 있습니다. 한 사회복지사 선생님의 표현에 따르면 창수에게 저는 친정언니 정도의 포지션이라는데요. 부모가 없이 자란 아이에게 친정언니라니요. 가끔은 귀찮기도 했던 제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워졌습니다. 살아있는 이상 창수의 손을 놓지 말아야겠다, 다짐도 하게 되었죠.
언젠가는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 창수와의 이야기는 선뜻 써 내려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첫마디를 떼기 시작해 결론을 지은 게 '창수와, 언니가'라는 브런치북이었고, 이는 현재 제 브런치에 브런치북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11월, 넥서스 출판사의 문학브랜드 『&(앤드)』와 함께 이 이야기를 한 편의 소설로 만들어보자고 힘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브런치는 창수가 제 기억에만 남게 될 미래가 무서워 '여기 박창수라는 발달장애인이 있어요.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하는 마음으로 적어내려간 글이었다면, 소설은 성인 발달장애인들의 오늘에 대해, 할 일과 배려, 사회적 관계에 대해 전반적인 이야기를 아울러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특수학교를 졸업한 이후 그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 보통은 별로 궁금해하지 않으니까요. 과거의 저를 포함해서요.
소설이 출간되기 전, &(앤드)의 홈페이지에 에세이 '창수가, 언니가'를 정식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위 브런치북이 기본 골자이지만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아닌 에세이를 쓴다는 관점에서 수 번의 퇴고를 거치게 되었고요. 11월 1일부터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에세이가 연재되는 관계로 위 브런치북은 2023년 10월 31일까지만 브런치에 공개하기로 하였습니다.
11월 1일부터 공개되는 에세이 '창수야, 언니가'는 업로드가 되는 시점에 맞추어 이 글에 링크를 걸어놓도록 하겠습니다. 창수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도 분명 계실 테니까요.
'연아의 봄'은 성인 발달장애인들의 오늘에 대해, 여성 발달장애인이 마주친 오늘에 대해, 부모 없이 시설에서 자란 발달장애인이 맞닥뜨려버린 오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입니다. 많은 분들께 이 이야기가 닿아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할 일 있는' 오늘을 살아가는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책이 출간되면 종이책 '연아의 봄'을 손에 들고 다시 글을 적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