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10년 가까이 경력이 단절되었던 여성 선애가 있습니다. 산후우울증으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선애는 배우자로부터 이혼을 당하고 양육권 소송에서도 패하게 됩니다. 없는 것과 다름없는 적은 자본금으로 내쫓기듯 혼자 살게 된 선애. 그녀는 예전에 일했던 전공을 살려 수십 군데 회사들에 이력서를 돌리고, 사실상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포괄연봉제 조건으로 취업에 성공합니다.
어릴 적 전공과 경력을 인정받아 회계팀에 합류한 선애. 그런데 선애에게 주어진 첫 업무가 조금 이상합니다. 전무는 업무 공백이 길었던 그녀에게 회계장부 정리가 아닌 발달장애를 가진 동료에 대한 관리감독을 지시합니다. 월 100명 이상 상시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에선 전체 인원의 약 3%가량을 장애인으로 채용해야 하는데요. 오래 일을 쉬다 온 선애를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순 없으니 회사에 필요한 사이드 업무를 담당해 보라는 업무하달이었죠.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선애는 자신에게 주어진 첫 업무를 잘 해내려 마음먹어봅니다.
그런데 쉽지가 않습니다. 선애는 다운증후군이 있다는 직장동료 연아의 행동, 어쩌면 존재를 선뜻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인애입니다.
지난 화요일, '연아의 봄' 배본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전주문을 해주신 독자님들께서는 아마 화요일 당일에 책을 받아보실 수 있었을 거예요. 오래 기다려주시고 또 응원해 주셔서 항상 고맙습니다.
'연아의 봄'은 브런치에 연재했던 에세이 '창수야, 언니가'에서 출발한 소설입니다. 실제 인물들에 대해 쓰자니 내밀한 속사정들을 이야기하기 어려워 소설이라는 장치를 선택했습니다. 굵직한 설정은 실제와 다르지만 작은 에피소드들은 직접 경험했던 일들이 정말 많아요. 저와 창수를 지켜봐 왔던 친구 한 명은 목차만 보고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며 연락을 해주기도 했더랬죠.
더 이상 부모 혹은 보호자의 희생을 기대할 수 없는 성인 발달장애인들은 지금 이 시간, 무얼 하고 있을까요. 유년기와 청소년기에는 미성년자라는 보호막을 입고 학교라는 최소한의 가림장치 뒤에 서있을 수 있었다면, 성인이 되어버린 오늘은 어떠한 사회생활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까요.
이번 소설이 많은 독자님들께 가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인간은 낯설고 다른 존재들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26만 명도 넘는 발달장애인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쉽지 않은 여정에 '연아의 봄'이 작은 디딤돌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창수가 혼자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셔도, 버스 옆자리에 앉아도 아무도 불쾌해하거나 불편해하지 않는 내일이 찾아오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