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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영 Dec 20. 2022

너는 '너'를 제일 사랑하기로 해.

2022년 12월 19일 월요일

EBS 다큐멘터리에서 자기애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많은 이성의 사진 중 이상형을 고르는 실험이었다.

그 사진 중에는 사실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한 장 포함되어 있었는데 피실험자들은 모두 놀랍게도 그 사진을 뽑았다. 즉, 사람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자신의 모습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서로 닮은 부부가 많은 이유도 그렇다고 한다.


나란 사람은 개인주의에 자기애가 충만한 사람이다.


어릴 때는 그 사실을 몰랐기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인정받고 싶었다.

사랑받기 위해서...


그 사람의 기대에 못 미치면 나는 나 자신이 하찮아졌고,

그 사람이 내게 실망하면 스스로를 자책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한 삶은

불안하고 위태로웠다.


언젠가 '유레카!'- 처음부터 나는 나를 가장 사랑했음을 - 깨닫게 된 후 나는 평온을 얻었다.

노력이라는 걸 하지 않으면, 사람은 여유로워진다.


사랑하는 널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곧 '나의 희생'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기대는 실망을 이끌고, 어느덧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가치까지 희미하게 만든다.


나를 반짝반짝 빛이 나게 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너를 더 빛나게 할 수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너다.


네가 힘이 들 때 너를 버티게 하는 건,

- 다른 이가 아니라 - 너를 가장 사랑하는 너 자신이다.


상우는 자주, 거의 매일 내게 물었다.

"엄마는 누굴 제일 사랑해?"


상우가 원하는 대답이 뭔지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나!"

라고 대답한다.


실망할 법도 한데

상우는 아기 때부터 단련이 되서인지

"그다음엔?" 하고 다시 묻는다.


"상우!"

라고 대답하면 상우는 1등이 아니라도 만족한다.

경쟁자가 엄마는 아니니깐...


"그럼 상우는?"

되물어 보았다.


"당연히 나지!"

대답한다.


'으윽...'

반면 나는 내심 기대를 하긴 했었나 보다.

나는 아들에게 "너는 내 다음이야."라고 말한 주제에...


상우가 씩 웃으며,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이야기한다.

"그럼 엄마인 줄 알았어?"





상우야,

엄마는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죽는 그 순간까지

온전히 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 하나는 있었으면 해.

그런데 아무도 그럴 수 없어.


부모도, 자식도, 너의 배우자도 너의 모든 시간을 공백 없이 사랑해줄 순 없지...

만 할 수 있는 거야. 너만...


엄마는 엄마가 죽는 날까지 널 사랑할 거야.

그러나 너의 삶이 끝날 때까지 사랑해줄 순 없을 거야.

그러니 너는 너를 가장 사랑하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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