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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마지막 밤.

일상의 쉼터였던 포천여행

by 나무껍질


여행 마지막 밤.



운 좋게 회사 리조트에 당첨이 되서 포천으로 여행을 오게 되었다.

작년 리조트 여행때 온갖 안좋은 일이 겹쳤기에 너무 못즐기고 온 느낌이라 아쉬운 마음으로 신청한 것도 있었음.

추가로 얼마전에 생일이었던지라 생일 기념여행이랄까?

하지만 요즘 바빠서 그런지 여행 전전날까지도 곧 여행간다는게 체감이 안된것 같다.



여행하루 전날!

그래도 나름 유명하다는 놀거리나 명소를 검색하고 루트를 짰다.

금요일 연차를 쓰고 토/일 주말까지해서 2박 3일로 여행을 계획했다.

생각보다 막 볼거리가 넘치는 곳도 아니었고, 작년 리조트 여행 때 의도치 않은 숙소콕 여행을 했지만 꽤 나쁘지 않아서 그냥 가볍게 힐링하러 가보자 하면서 놀러갔다.


출발하는 당일까지만해도 가볼거리 많이 빼도 좋다하는 마음으로 갔지만, 와서 돌아다녀보니 새삼 여행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일단 여행을 위해 시간을 할애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오는 힐링이 있다.

평소같으면 바쁘게 지냈을 나날에, 한적하게 나만의 계획으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게 여행의 묘미다.

또 낯선 장소에서 돌아다니다보면, 정말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무거웠던 현실의 짐들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충실하게 휴식에 집중하는 기분.

사실 리조트에 처음 들어올때까지만해도 2박 3일이라는 시간은 꽤 길게 느껴졌지만, 어느새 내일이면 퇴실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한다.

이 밤이 되니까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이건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인가, 아니면 여행지에서 보내는 이 하루가 끝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인가.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난 참 여행을 자주 못가는 사람이었구나 싶다.

어렸을때는 사실 그 나름대로의 여러 사정과 핑계로 여행을 싫어했고,

나이들면서는 미친 자기계발 욕구에 여행은 사치라는 생각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또 막상 여행을 가면 편안한 힐링의 기분을 많이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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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하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 컨디션과 게으름에 따라 여행계획을 바꾸기도 하고, 즉석에서 먹고싶은 음식들을 골라서 먹으러 다니기도 하며 휴식의 기분을 느꼈다.

다이어트 걱정없이 먹고싶은 음식 양껏먹고,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도 아무런 걱정없이 행복하기만 했다.

하루에 해야할 일 없이 그날마다 하고싶은거 하는 기분이라는 것도 꽤 즐겁다.


늘 여행가면 일정세우고, 계획짜고 예약하고 했던 역할을 모조리 다 내던지고 누군가가 나에게 맞춰준다는 기분도 많이 체감한 듯하다.



도미노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도미노를 쌓는 중간중간 빈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하나의 도미노가 쓰러졌을때, 그동안 열심히 세워놓은 모든 도미노가 다 허무하게 쓰러지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빈 공간은 필요하다.


하루하루 빼곡했던 내 인생과 감정들도 어쩌면 도미노일지도 모른다.


무언가가 톡 하고 건들이면 애를 쓰고 쌓아온 도미노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연쇄적으로 다 쓰러져버리기도 한다.

사진속에서 웃는 내 모습을 보며 오늘 하루를 복귀한다.

내 여행의 힐링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을 때 오는 것 같다.



젊어서 여행을 많이 다니라는 말은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오늘 포천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건 인생이라는 도미노 게임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빈 공간 하나정도는 여행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하지 않은 하루를 특별한 기억으로,

정해지지 않은 일상으로,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많이 만들라는 것.


이번 포천 여행은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이 밤을 지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조금은 아쉽고, 낯선 공간에서 하루종일 누군가와 붙어있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에서 오는 행복도 다시한번 깨달았다.


가볍게 왔지만 나름대로 뜻 깊었던 이번 포천.

나중에 또 왔을땐 빙썰매 꼭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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