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을 덜어내는 단호한 다정함
일과 육아 사이에서 흔들리던 내 마음이 조금 달라진 날이 있었다.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배가 아프다며 연락을 해왔다. 급히 달려가야 하나, 일을 미뤄야 하나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다. 평소 같았으면 괜히 죄책감에 휘둘려 서둘렀겠지만, 그날은 내면의 단호함이 고개를 들었다.
“많이 아프니? 엄마가 바로 와야 할 정도야?”
아이는 잠시 생각한 뒤, 학원은 갈 수 있고 수업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아이에게 정확하게 말했다.
“그럼 수학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갈게.”
불필요한 마음의 소모를 내려놓고 확실한 시간을 약속하니 아이도 오히려 안심했다. 나 역시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괜찮아. 나는 약속을 지킬 거야.’ 그리고 업무를 차분히 마무리하고 아이를 데리러 갔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아이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봤다. 나는 백미러로 아이의 얼굴을 힐끗 보며 물었다.
“학교에서는 많이 불편했어? 어제 매운 걸 많이 먹어서 그런 거 아냐? 조금만 먹으라니까.”
아이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 것 같아. 이제 매운 거 조금만 먹어야겠어.”
병원에서는 다행히 심각한 상태는 아니고, 목이 많이 부은 감기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말을 듣자 내 어깨에서 긴장이 조금 풀렸다. 병원을 나서며 죽을 주문해주고, 집으로 가는 길에 다시 한번 아이에게 확실히 말했다.
“두 시간 정도면 돌아올 거야. 죽 먹고 약 먹고 편하게 쉬고 있어. 너무 아프면 엄마가 같이 있을게. 어때?”
아이는 편안한 표정으로 괜찮다며 다녀오라고 했다. 그 순간 아이의 눈빛에서 안정감을 읽을 수 있었다. 정확히 말을 해주는 것이 아이에게도 얼마나 편안한지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문득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아이의 작은 아픔 하나에도 어쩔 줄 몰라 하며 일과 육아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던 모습들. 매 순간 무너질 듯한 불안과 죄책감으로 나 자신을 괴롭혔던 시간들. 그러나 그날은 달랐다. 남은 업무를 집중해서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괜찮아.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어.’ 업무를 마친 후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사무실 문을 나서며, 마음이 이전과는 다르게 가벼워져 있음을 느꼈다. 아이와의 약속을 명확히 했고, 일과 육아의 경계를 정확히 지켰다는 사실이 나를 위로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아이는 죽을 말끔히 먹고 편안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하는 아이의 얼굴에서 내 선택이 옳았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나는 아이 옆에 앉아 이마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지금은 어때? 좀 편안해졌어?”
아이는 내 손길에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작은 순간이 나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
어쩌면 좋은 엄마는 무조건 곁을 지키는 엄마가 아니라, 정확한 경계를 세우고 마음을 편안히 지켜주는 엄마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도 무너지지 않으며 아이에게도 편안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엄마.
그날 밤 아이가 잠든 뒤 조용히 방을 정리하며 생각했다. 육아는 끝없는 죄책감과의 싸움이 아니라, 확실한 선택과 신뢰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오늘의 이 작은 변화가 나를 더 단단한 엄마로 만들어 준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육아의 무게를 덜어내는 법을 배우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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