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다림이 가져다준 평화로운 저녁

잠들기 전, 아이의 마음에 머무른 시간

by 부엄쓰c


잠들 시간이 다가오면 엄마와 아이 사이엔 늘 작은 전쟁이 벌어진다. 씻고 이를 닦고 잠자리에 드는, 그 간단한 일상이 아이에겐 언제나 복잡한 일처럼 다가오는 듯했다. 오늘도 아이는 욕실 앞에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망설였다. 빨리 씻으라고 재촉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지만, 나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러다 아이는 욕실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 치약 튜브를 밑에서부터 밀어낼 수 있는 도구였다.


“엄마, 이거 봐봐! 이거 뭐야? 어떻게 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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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같으면 "그만하고 빨리 이 닦고 자!"라고 단호하게 말했겠지만, 오늘은 다르게 선택했다.


“아, 그거? 치약을 끝에서부터 잘 밀어 쓰라고 만든 거야.”


“엄마, 근데 잘 안 들어가는데?”


순간, 답답한 마음이 올라왔지만, 나는 다시 천천히 대답했다.


“그건 지금 치약이 가득 차서 그래. 조금 더 써야 잘 들어갈 거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욕실로 다시 들어갔다. 그 짧은 대화 하나가 아이를 순순히 움직이게 만든 것 같았다. 그저 조금 기다려주고, 아주 작은 궁금증에 답을 해준 것뿐인데 말이다.


아이가 양치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 나는 가만히 물었다.


“아까 엄마가 치약 이야기 들어주고 대답해주니까 좋았어?”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응, 좋았어!”


나는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


“요즘 엄마랑 있는 시간, 어때? 예전보다 좀 더 편안하거나 행복해?”


아이는 잠깐 고민하더니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응! 요즘 진짜 신나고 행복해!”


기대감에 나도 모르게 조금 더 물었다.


“왜 그런 것 같아? 엄마가 많이 노력해서 그런 거 아니야?”


아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엄마가 아웃백도 사주고 영화도 자주 보여주고, 물질적으로 많이 받으니까 그런 거 같아.”


순간 당황했지만, 곧 웃음이 나왔다. 나는 웃으며 대꾸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건 원래 해주던 거잖아. 잘 생각해봐.”


아이는 내 말에 다시 빙그레 웃으며, 편안히 잠에 들었다.


가만히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매일 저녁, 어쩌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작은 인내와 부드러움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아이가 가진 사소한 질문 하나를 귀찮은 딴짓이라 생각하기보다, 그의 마음에 아주 조금 더 머무르며 기다려주는 것. 아이는 내 인내와 작은 여유가 만든 따뜻함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그 온기는 아이의 마음속 어딘가에 분명히 쌓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엄마로서의 하루를 차분하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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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로드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밀어주기 꾸욱~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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