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견디는 것보다 함께 나누는 게 편한 이유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간다는 건, 늘 많은 책임을 혼자서 견디는 일이었다. 육아와 집안일, 경제적인 책임까지 모든 것을 내 어깨 위에 올려두고 버텨왔다.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서로 함께 나누는 일들이 조금씩 늘어나긴 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는 여전히 아이에게 짐을 지우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었다.
그런 생각을 애써 내려놓으며 집안일을 함께 나누기 시작했다. 설거지를 도와주는 아이에게 고맙다며 칭찬을 해주기도 하고, 벌을 깎아주거나 용돈을 주는 방식으로 보상해줬다. 그렇게 연습을 하다보니 아이는 기념일이면 빨래 쿠폰을 엄마한테 선물하기도 하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가 함께 살아가는 것에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가끔 내가 몸이 심하게 아플 때는 상황이 달라졌다.
혼자 참거나 혼자 해결하거나, 정말 견디기 힘들 때는 어쩔 수 없이 아이에게 말을 꺼내곤 했다. 그럴 때면 아이는 쉽게 공감하지 못했다. 엄마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기엔 아이는 아직 어렸다. 아픈 내 모습을 보면서도 투정을 부리거나 자기 할 일에 더 관심을 갖는 모습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때마다 내 마음엔 서운함과 섭섭함이 올라오곤 했다.
최근 허리를 삐끗한 적이 있었다. 침대에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바닥에서 불편하게 밤을 보낸 뒤, 아침이 되어서도 몸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또다시 혼자서 참고 견디는 게 맞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용기를 냈다.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엄마 너무 아픈데, 병원 같이 가줄래?"
아이는 잠시 장난스럽게 "같이 가주면 뭐 해줄 거야?"라고 대꾸했다. 순간 서운한 마음이 올라왔지만, 예전처럼 숨기지 않고 더 솔직하게 말했다.
"엄마 지금 진짜 많이 힘들어. 그냥 같이 손잡고 병원 가주는 것도 엄마한테는 엄청 큰 힘이야. 네가 옆에 있어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
내 진심이 담긴 말을 듣고 아이는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조용히 태도를 바꾸며 내가 병원에 갈 수 있도록 도왔다. 이불도 가지런히 정리해주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병원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걸으며 내 마음속에 묵직하게 얹혀 있던 무언가가 조금씩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그동안 혼자 견디는 것이 익숙했던 나에게 새로운 작은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그날 병원을 다녀오는 길, 아이는 따뜻한 순대국 한 그릇을 맛있게 먹었고, 나도 오랜만에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나는 아플 때 종종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했었지만, 정말 극한의 상황에서만 도움을 요청했었던 것 같다. 사실 이번에는 혼자라도 걸어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아픈 것도 설명하고 도움도 제대로 받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강하고 완벽한 엄마의 모습에 얽매이지 말고, 조금 여유가 있더라도 해보고 싶었다. 그럼 덜 힘들고 덜 외로울 것 같았다.
이날 이후 나는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결심했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기로 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결코 약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이를 더 가깝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따뜻한 선택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는 앞으로도 서로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여전히 서운하거나 답답한 일들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번처럼 솔직히 마음을 열고 손을 내민다면, 지금처럼 천천히 함께 걸어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오늘도 나는 천천히 배운다. 도움이 필요할 땐, 솔직히 말해도 괜찮다고. 그리고 그 작은 용기가 우리를 더 단단하게 이어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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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로드에서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밀어주기 부탁드립니다 ^^ https://short.millie.co.kr/h4da3t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