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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Dec 16. 2021

좋아요와 구독, 알림 설정까지~!

난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도움이 되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알림 설정까지 부탁드립니다~!”     


 저어기 동영상 올라오는 그곳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그 멘트다. 동영상이 끝날 때마다 나와서 ‘대놓고 홍보 멘트를 말하면 창피하지 않을까...? 그렇게 '좋아요'나 구독이 중요한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전 그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     




 처음엔 ‘발행하기’ 버튼을 누르기 무서웠다. 이 글을 사람들이 읽어서, 내가 전하고자 하는 뜻을 알아줄지 궁금하면서, 두려웠기 때문이다. 눈을 질끈 감고 글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 내가 밀고 있는 ‘한 문장으로 본 세상’을 나름대로 원고 소재도 모으고, 브런치에 업데이트 중이었다. 조회 수가 늘었다! 누가 라이킷을 눌렀다!! 내가 생각한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했다.     


 점점 초보 브런치 작가로서 ‘통계’에 뜨는 조회 수가,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척도가 있으니, 남들이 많이 봐주는 글만 있으면 이름을 떨칠 작가가 될 거라 희망에 부풀었다. 이것이 혹시 성공의 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그러다가 한 작가분의 글을 보았다.     


“브런치의 메인에 올라가는 글의 토픽을 분석했는데요! 육아, 여행, 직장 등이 있네요~….”     


 육아, 여행, 직장. 나한테 아무것도 없는데?? 21살에 자퇴한 우울증 걸린 백수가 한 문장 가지고 말장난하는 유우머글과, 내 우울증을 담은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아직 더 많은 경험을 하기엔 21년 인생은 너무 짧은 거 아닌가.      


 나도 브런치 메인에 내 글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다른 분들이 경험한, 조회 수와 라이킷 수가 확 올라가는 그 상황! 나에게 떨어지는 그 스포트라이트를 아주 많이 받고 싶었다. 점점 눈에 그것만 들어왔다. 내 마음을 비치는 거울이 있다면, 물로 돌진하는 기생충, 피를 갈구하는 뱀파이어 같은 모습이었을 테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도 방법은 없었다. 그 주제에 나는 끼어들 틈은 없었기에. 그저 변함없는 라이킷 수와 조회 수에 점점 보람을 잃어가고 하찮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쓴 글은 더욱 가치 없게 느껴졌다. 결국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은 버려질 건데 왜 써?     


 그러다 그 글을 다시 보았다. 그땐 게시물만 정독하고 나갔지만, 이번엔 왠지 댓글 창을 누르고 싶어졌다. 놀랍게도 그곳엔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저도 그 주제들을 쓰고 있진 않지만, 제 글을 쓴다는 자체만으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언젠가 제 글도 분명히 메인에 올라가겠죠~^^”     


 같은 상황이지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분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언젠가 메인에 올라가겠지, 우리와 같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지, 라며 개의치 않아했다. 사람들의 반응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글을 쓰는 것에 당당했다. 나는 메인에 올라가지 않는 주제로 글을 쓰기 때문에 내 글은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조회 수와 라이킷 수로 정해버렸다. 어느새 얼룩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글을 썼다. ‘또 우울증 이야기야?’. 잠시 틀어졌던 방향을 고쳐, 가고자 하는 길로 다시 바라보며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늘어난 라이킷 수와 조회 수에 놀아난 내 신념을 놀려놓기 위해 삼일을 노트북에 매달리고, 3번을 갈아엎어 써 내려간 글이다. 이런 글을 한번 쓰고 나니 나도 개의치 않아졌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같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고. 혹은 평범한 일상에서 피식- 하고 웃는 일을 만들기 위해!     


 이젠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 무섭지 않다. ‘내 글’을 쓰고, 무엇 때문에 글을 쓰는지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위한 노트북과 브런치만 있으면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다. 구독과 라이킷, 알림 설정…. 이젠 개의치 않아할 거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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