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지기(浩然之氣): 하늘과 땅 사이에 왕성하게 뻗친 기운이라는 뜻이다
<이 글은 28 체질의학의 발견과 연구, 의통의 전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민족 고유의 의통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 천고의 비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환단고기에서 동의수세보원에 이르기까지의 한민족 의통이 21세기에 세계 최고의 의학으로 대두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다. 각종 역병과 괴질, 난치병과 불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통과 해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찾는 사람이 천하를 구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 이 소설은 그 의문과 해답을 동시에 던질 것이다.>
18. 참 자아를 찾아가는 길
“사부님, 이 깊은 동굴에서 저 혼자 있으란 말씀인가요?”
제자 입문식을 마친 그다음 날 청암 사부는 새벽 일찍 떠날 준비를 했다. 청산은 적응도 하기 전에 그가 혼자 떠나는 것이 못 내 두려워서 볼멘소리로 말했다.
“이제 자네는 입문을 했으니, 공부와 수행을 좀 해야겠지. 내가 떠나는 것이 아닐세. 자네에게 절대 고독의 시간을 주는 것이야. 엄청나게 강한 호연지기를 느끼는 기회를 맞이한 것일세.”
“저는 아직 산속 생활을 적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사부님이 안 계시면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감감합니다.”
사부는 작은 보따리를 주며 말했다.
“여기 콩과 말린 솔잎이 있네. 이것을 물에 불려 하루에 한 주먹씩만 먹게나. 사실 오핵환을 복용해서 구태여 곡기가 필요는 없네. 하지만 자네가 워낙 배고파해서 주는 것이야.”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기 이 책들을 100일간 꾸준히 읽도록 하게. 절대 고독을 느끼며 몰입을 하도록 하게. 만약 두려움이 사라지고 평화로움과 행복을 느낀다면 몰입의 상태에 들어간 것이야.”
청산은 내심으로는 부담이 컸다. 생전 처음 하는 산속 생활이 새삼 두렵기도 했다. 그의 속을 아는 듯이 사부는 청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예전에 처음 산속에 내버려졌을 때엔 두려움이 있었네.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나. 삼칠일 즉 21일이 지나면 마음이 평화로워질 거야. 어둠 속에서 산책을 할 수도 있을 것이야. 참자아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쉽지가 않아. 자꾸 외부를 보지 말고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도록 하게나.”
사부의 말이 위로가 되지 않았다.
어딘지도 분간할 수 없는 깊은 산속에 홀로 내버려진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사방 백리 이상은 인적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써 담담한 척 말했다.
“용기 내어 잘 이겨내겠습니다. 사부님.”
“그럼 잘 지내게나. 앞으로 100일 뒤에 보세나.”
사부는 그 말을 남기고 떠났다.
청산은 내심으로 불안했다.
‘만약 사부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는 여기에서 속세까지 나갈 수나 있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깊은 산속에 홀로 있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상념들이었다.
사부가 떠난 빈자리엔 적막이 감돌았다.
어디선가 산새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청산은 첩첩 히 산으로 에워싸인 깊은 골짜기들을 내려다보았다. 늦가을의 단풍잎으로 형형색색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득했다. 어디쯤인지 가늠도 할 수 없는 바위 사이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위태롭게 느껴졌다. 깊은 산속에 홀로 고립된 느낌이 비로소 온몸으로 엄습해 들어왔다. 낮 시간은 애써 마음을 다잡고 책을 펼쳐 보았다. 그러나 사방이 어둑어둑 해지면서 온갖 산짐승들의 소리와 벌레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청산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서 촛불을 켜고 다시 책을 펼쳤다.
첫날은 두려움에 떨었지만 이튿날부터 청산을 정신을 가다듬었다. 청산은 굳게 결심했다.
‘사부님이 오시기 전까지 이 책을 읽으며 수행을 하자. 그것이 내가 여기서 해야 할 일이다.’
청산은 하루를 알차게 계획하고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자 하루가 짧았다. 청산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 동굴 가까운 샘터에서 물을 길어 콩과 솔잎을 불려 먹었다. 한동안 곡류를 먹지 않은 탓에 그 맛은 꿀맛 같았다. 구수한 콩의 맛과 솔향기가 온몸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다. 또 신기한 것은 산속에서 공부를 하자 머릿속에 속속 내용이 들어박히기 시작했다. 원래 두뇌가 비상했던 터지만 이상하게 공부 속도도 더욱 빨라졌다.
사부의 말처럼 그렇게 1주일이 지나자 평정을 찾았다. 그리고 3주가 지나자 두려움이 사라졌다. 밤에는 동굴 앞 넙적 바위 위에 앉아 밤하늘의 별을 보며 참선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청산이 넓적 바위에 앉아 있을 때 작은 돌멩이가 하나 떨어졌다. 혹시나 했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가만히 있으면 뭔가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청산은 일순간 두려움이 들었지만 떨쳐내었다. 그렇게 공부를 하며 생활을 하자 100일간의 시간이 쏜살 같이 흘러갔다.
“어허, 자네 이젠 산 사람이 다 되었구먼.”
청산이 동굴 밖 그늘 아래에서 책을 볼 때 갑자기 사부가 나타나서 말했다.
“아. 사부님 오셨습니까? 100일이 어떻게 지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간 열심히 공부하고 수행을 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산과 바위, 풀들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속세의 기름기가 빠지고 참 자아에 가까이 다가가면 그리 된다네. 자연을 느끼고 합일 하는 것이 동양의학의 첫걸음이야. 자네는 참으로 소중한 시간을 보낸 거야. 그간 참 열심히 공부했구먼. 눈빛과 얼굴빛이 달라졌어. 마음을 다잡고 용맹정진을 한 것이 나타나네.”
“사부님은 저를 척 보시면 그런 것이 다 보이시는가요?”
“당연하지 않나. 의통을 전수받은 자가 그 정도를 못 본다면 자격이 없는 거지.”
마치 청산의 내면을 들여다보는듯한 사부의 눈빛은 맑고 깊었다. 청산은 그간 모아두었던 질문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사부가 그를 보며 먼저 말했다.
“그간의 공부와 수행으로 많은 궁금증이 있을 것이야. 하지만 그것은 두고두고 스스로 풀도록 하게나. 그것보다 밤에 누군가 작은 돌멩이를 던지는 것을 느끼지 않았나?”
청산은 깜짝 놀랐다.
“어찌 그런 것을 다 아시는 가요? 그렇지 않아도 몹시 궁금했습니다.”
“여기 근처에 사는 산짐승이 자네를 쫓아내려고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는 것일세, 자네가 산속 생활을 적응하기 전에 불안감이 있으면 그런 작은 일들이 일어난다네.”
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다시 말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의학 공부에 들어가야 할 것이야. 열심히 공부해서 단군 의통을 전수받도록 하게나. 그것이 여기서 자네가 해야 할 일이야.”
“제가 그 어려운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개소리가 들리지 않은 산속은 속세와 완전히 다르다네. 여기서 공부를 하면 속세의 3배에서 10배까지 잘 된다네. 이미 100일간 느껴보지 않았나? 신기하게 머릿속에 책의 내용이 쏙쏙 들어오지.”
“예, 사부님, 그랬습니다. 저는 오핵환의 효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물론 그 효과도 강력하지. 하지만 여러 가지 조건이 모여 그렇다네. 자네는 천재적 두뇌를 회복한 것이야. 안 그러면 의통을 전수받을 수가 없을 것이야. 천재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공부이기 때문일세.”
청산은 사부의 뜻을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사부를 만나 목숨을 구하고 또 새로운 임무까지 받은 느낌이 들었다. 모든 것이 운명처럼 여겨졌다. 지나간 세월들이 파노라마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