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온도 2. 진실의 행방은 자취가 있고 거짓은 반드시 꼬리가 길죠.
진성은 사랑의 진실을 확인해야만 충만해진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하지만 그중에서 뚜렷한 한줄기 빛이 있어야 사랑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진성은 그 감정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서툴렀다. 감정의 칼라를 구별하기도 힘들어했다. 그 결과는 참담한 외로움으로 이어졌다.
감정들이 채 영글기 전에 벌레 먹은 풋과일처럼 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러한 시행착오를 여러 번 느끼면서 사랑의 체온을 잃어가고 있었다.
진성이 그 생각을 하는 순간, 그녀가 다시 말했다.
“일탈의 순간을 만끽하고 싶어요. 온갖 생각을 육지에 두고 감정만 지닌 채 홀가분하게 섬으로 가는 거죠. 멋지지 않아요?”
“그래요. 정말 멋질 것 같습니다.”
그때 진성은 그녀의 말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가끔 뜬금없이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하고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진성도 그런 적이 많았다.
진성은 그런 생각을 하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서 소주를 샀다. 늘 한결같이 소주 ‘처음처럼’을 사고 비닐봉지 속에 넣었다. 진성은 참이슬은 좋아하지 않았다.
아침에 잠깐 영롱하게 맺혔다가 낮이 되면 말라버리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처음처럼은 늘 기억할 수 있고 새로운 느낌이었다. 그 소주를 사서 봉지에 넣을 때마다 처음처럼 기분이 좋았다.
진성이 소주를 사서 나오자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진성은 잠시 그녀가 앉아 있던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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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사의 여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난 후에 술을 마실 때 그녀가 질문을 했다.
“인생에 있어 섹스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술안주 치고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말이었다. 진성은 멀뚱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선생님의 생각을 듣고 싶어요. 한의사는 몸에 대한 관점도 남다를 것 같아서예요.
단지 몸뚱어리 인가? 정신이나 감정인가? 한의학의 정체관에 관심이 많아서 물어보는 거예요. 몸의 조직이나 기관 하나를 유기적 전체로 본다면서요? “
“맞아요. 잘 알고 계시네요. 자연이나 사회 환경 등의 변화도 인체의 생리와 병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인체 내부의 밸런스와 완정성이 중요하죠. 인체와 외계환경과의 통일성을 중시하지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의학기자라서 웬만한 개론은 알아요. 강론으로 들어가면 어려워서 그렇죠.”
진성은 그녀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말씀하시기 불편하시면 하지 않으셔도 돼요. 남자들이 즐기는 술안주 아닌가요?”
“주문하지 않은 술안주가 나와서 잠시 어리둥절할 뿐이죠. 재미있으시다면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오프 리코딩입니다. 저는 술 마실 때 한 얘기는 다 잊어요. 안심하시고 내면에 간직한 핏덩어리 같은 진실을 말씀해 주세요. 진실의 행방은 자취가 있고 거짓은 반드시 꼬리가 길어요. 언젠가는 꼬리가 밟히면서 진실의 행방을 찾을 수가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