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국의 작열하는 태양

류머티스 관절염 1. 사암침법을 중심으로 뼈의 경혈 침술치료를 했다.

by 백승헌

햇살이 무심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필리핀 보니파시오의 빌딩 숲 사이에 널직한 휴식공간에 사람들이 쉬고 있었다.

현대적 감성과 동양의 전통이 절묘하게 섞인 유리 건물 16층에 한 사람이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곳엔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와 베트남어, 따갈로그어가 교차하는 진료실이 있었다.

입구의 간판에는 맥산한의원이라는 사인보드가 붙어 있었다. 그 아래 작은 글씨로는 맥산체질의학, 맥산침법, 맥산한약 처방이라고 적혀 있었다.

대형간판이나 네온사인은 없었지만 선명한 한글체와 영어체가 어우러져 멋스럽게 보였다.

그 공간에는 낯선 땅에서 시작된 두 한의사의 시간이 있었다.

진료실안에는 침향의 향이 가볍게 퍼지고 있었다.


강승운 원장은 책상 위의 환자 차트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 환자… 면역력이 거의 무너졌네요. 양방 치료는 한계에 왔습니다.”

수빈 원장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차분했고 온화했다.

그녀는 그 환자에 대해 덧붙였다.

“수면장애, 식욕부진, 피부염도 겹쳤어요. 이건 몸만 아픈 게 아니에요.

마음이, 많이 아픈 사람이에요.”

그들은 환자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진료를 한 모든 환자들의 차트를 보며 앞으로의 치료방향을 논의했다. 그것은 군사작전과 흡사했다.

특정한 난치병 환자가 내원하면 그 병증을 무찌르기 위한 작전을 짜는 것이었다.

그 과정은 루틴이었으며 실효성이 높았다.

오늘도 어제처럼 그들의 진료가 시작되었다.


승운은 베트남에서의 병원운영을 정리하고 필리핀으로 이주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곳은 다국적 환자들에게 난치성 질환 치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동남아에서는 가장 도시적이며 외국인이 많이 체류하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마닐라의 보니파시오는 가장 현대적인 신도시였다. 한국의 분당처럼 세련되게 구획되어 있었다. 넓직한 휴식공간과 가로수, 그린 공원등이 갖춰져 있었다.

필리핀 빈미촌과 비교하면 천국과 지옥의 차이였다. 사람들도 모두 밝고 활달했으며 글로벌한 느낌을 주었다. 대부분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했고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맥산한의원의 간호사들도 모두 최소 2개국어 이상을 구사했다.

한국인도 더러 있지만 주류는 필리핀인이었고 서양인들도 많아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맥산체질의학은 단순한 체질 분류가 아닙니다. 심리 상태, 식습관, 감정의 흐름까지 맥을 통해 읽습니다.”

진료실에선 맥산한의원의 기본 치료철학을 승운이 먼저 설명했다.


첫 환자는 독일인 남성, 토마스 슈나이더였다.

만성 류마티즘 관절염으로 인해 지난 3년간 유럽의 병원을 전전하다가 마지막 가능성을 찾아 맥산한의원을 방문했다.

토마스는 영어로 물었다.

“Do you really believe these tiny needles can help?”

(이 작은 바늘이 정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승운은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다.

“Yes. Because you are more than your pain.

your Pain has memory, but your body also remembers how to heal.”

(그래요. 당신은 고통 그 이상의 존재니까. 당신의 고통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당신의 몸은 치유하는 방법도 기억하고 있어요.)


그는 침술을 준비하며 말없이 맥을 짚었다.

그리고 조용히 첫 자침—‘족삼리’에서 시작해 ‘태충’, ‘곡지’, ‘신문’으로 이어지는 사암침법을 시술했다. 그것은 정신과 육체를 동시에 진정시키는 맥산침술의 비법이었다.

먼저 정신을 안정시킨 후에 주치료는 신장보법과 열결-후계를 놓은 후의 두침이었다. 또 대저(골회혈), 속골(뼈를 단단하게하는 혈), 경골(뼈 치료의 우두 머리), 완골(뼈를 완성시킨다)였다. 또한 학정(학의 머리처럼 뼈를 말끔하게 정리), 양구, 과골(넘친 뼈:석회화 된 뼈를 정리), 거골(자라 난 뼈 치료혈:석회화 된 뼈 치료)였다. 뼈에 관한 경혈치료를 하고 12경락 금수 보 화사를 했다.

자침의 시간이 꽤 걸렸다. 토마스는 미동도 않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침을 다 놓자 침감의 흐름이 토마스의 몸과 마음에 전해지기 시작했다.

30분 뒤, 토마스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Amazingly, the pain is reduced and I feel better. How can this happen?”

(신통하게도 통증이 줄어들고 편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죠?)


그는 일어나서 걸어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승운은 그런 일이 흔한 듯이 조용히 그를 보고 미소지으며 말했다.

"앞으로 꾸준히 침술치료를 하시면 완치가 되실 것입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I was surprised that I felt this much better after just one treatment. I believe in the amazing effects of acupuncture and will continue to receive treatment."

(한번의 치료에도 이렇게 편해지는 것을 놀랐습니다. 침술의 놀라운 효능을 믿고 치료하겠습니다.)

치료의 데이터를 보면 사실이 그랬다.

서양의학에선 류마티스가 난치병에 속하지만 한의학은 그렇지 않았다.

한 때 도올 김용옥선생은 그의 지병 류마티스를 고친 8체질의 권도원 박사를 일러 신이라고 칭송했다.

그는 무려 18개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침치료를 받고 그 병마를 완치했다. 그의 저서에 그 부분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맥산침법으로 보면 그 치료는 그렇게 긴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정확한 맥산체질의 진단에 따라 맥산침술과 맥산처방으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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