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술치료 원리 2. 작은 기적을 만드는 예술이며 엄격한 잣대의 과학이죠.
다음 환자는 한국인 환자 윤소희였다.
그녀는 마닐라에서 활동하던 푸른색의 화가였다. 대부분의 작품이 푸른색으로 그려졌고 신비한 색감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궁근종 수술 이후 무기력과 공황장애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었다.
최수빈은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며 물었다.
“언제부터 그림 그리기를 멈추셨어요?”
“수술 이후부터였어요. 제 몸이… 제 마음을 가두는 것 같았어요. 붓을 들면 손이 떨려요. 제 마음대로 붓이 가지 않고 엉뚱하게 선을 그어요.”
수빈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
“기(氣)가 몸 안에 흐르지 못하면, 감정도 갇혀요. 수궐음 심포경이 막혀 있고 수소음심경의 경락도 약화되어 있어요. 감정을 이끌어가는 경락의 길을 열어주는 치료를 하겠습니다.”
수빈은 특화된 ‘맥산침술’로 마음의 경락을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또한 동시에 자궁과 신경의 순환을 유도했다. 다음으로 그녀는 침향의 향을 피워 심신을 안정시키며 복부온침을 했다.
약 20분의 시간이 흘렀을 때 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마음이 평화롭고 열정이 꿈틀거리는 것 같아요. 다시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오랜만에 다시 들었어요. 설마 이런 감정들이 침치료 때문일까요? 아니면 침향의 향기 때문일 수도 있나요? 너무나 신기하고 새로운 느낌이에요. 정말 기적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수빈이 웃으며 말했다.
“침술치료는 작은 기적을 만드는 예술이며 엄격한 잣대의 과학이죠. 인간의 감정은 호르몬의 작용이거나 경락의 작용이 나타난 거예요. 이 두 가지를 움직이는 것이 침술치료이니, 당연히 그런 반응이 나타나지요. 또 침향의 향기는 마음을 편하게 해 주며 경락을 소통하는 효과가 있어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너무나 신기하네요.”
“침술이 그런 신기한 효과가 없었다면 2천 년 이상을 이어올 수 없었을 거예요.”
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생각하다 말했다.
“제가 나을 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래요. 수많은 환자들이 나았다면 특별한 예외가 없는 한 나으실 거예요. 몸과 마음이 예민하신 분은 침 치료 효과도 매우 빠르답니다.”
침치료를 받은 후 소희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처음 접수할 때의 어둡고 초췌한 표정은 간곳없이 사라졌다. 그녀는 마치 갓 계란을 깨고 나온 햇병아리 같은 눈빛을 하며 말했다.
“뭔가 낫는 느낌이 들어요. 몸이 개운하고 정신이 맑아요. 대번에 병이 낫지는 않겠지만 희망을 느꼈어요. 다음엔 어떻게 하면 되죠?”
“꾸준히 치료를 받으시면 반드시 나으실 거예요. 치료의 기본 4단계를 지켜 주세요. 1단계는 음식이고 2단계는 운동이죠. 3단계가 침술과 한약이고 4단계가 생활습관이죠.”
수빈이 자세히 설명을 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질문을 했다.
“요즘 몸이 몹시 힘들어요. 한약치료를 병행하면 더 빨리 치료가 되나요?”
“당연히 그래요. 몸의 기혈을 보완하며 약화된 경락을 강화하면 치료효과가 배가 될 거예요. 원래 정신력이 강하셔서 플러스알파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최대한 빨리 낫도록 잘 치료하고 처방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수빈은 소희에게 한약을 처방하며 말했다.
“몸이 좋아지면 마음이 움직이실 거예요. 몸과 마음이 회복되면 붓이 저절로 들어지고 당신 의 마음이 그림을 그릴 거예요.”
“그래요. 기대할게요. 감사해요.”
그녀는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했다. 수빈은 그녀가 빠르게 회복될 것을 알 수 있었다.
치료에 감사가 더해지면 효과는 더욱더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치료가 이어진 지 3주가 지났다.
하루는 소희가 작은 수채화 한 장을 들고 다시 병원을 찾았다.
“처음으로… 제가 다시 그렸어요. 제 안에 아직 봄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몸 안의 빛을 회복했어요. 바깥이 암흑이라고 해도 내 안의 빛은 빛이 나거든요.”
수빈은 그 그림을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시작이에요. 당신의 빛은 더 깊어질 거예요.”
“빛이 깊어진다는 것이 무슨 뜻이신가요?”
“인체에는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이 있어요. 그림을 그리시면 경락의 흐름 속에서 색채가 나타나며 빛이 선명하게 드러나요. 몸이 좋아지면 그것이 저절로 나타나게 되죠. 앞으로 그리 되실 거예요.”
“아. 그래요. 이해가 돼요. 저도 가끔씩 제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색채를 느끼고 빛을 감지하곤 해요. 그것을 어떻게 알고 말씀하시는가 해서 깜짝 놀랐어요.”
그 말을 듣고 수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저는 화가가 아니고 미술에 대해서도 문외한이에요. 하지만 치료를 하면 모든 색채와 빛이 드러나는 것을 알아요. 많은 환자들이 제게 그렇게 말해주어서 알아요.”
"아. 그러셨구나. 이해가 돼요. 내 마음속 빛을 다시 찾게 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해요.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들 사이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의식의 희미한 끈이 연결되어 있었다. 환자와 의사라는 단순한 직업의 선을 넘어선 신뢰와 존경이라는 관계가 깔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