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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혜림 Dec 28. 2022

2022년 회고

올해는 정말 알차게 보낸 년도이다. 생각해보면 1월부터 제대로 쉰 적이 없는 것 같아 왜 이렇게 미친듯이 내 자신을 혹사시켰는지 싶다. 겨울방학이 시작된 지 딱 일주일이 지난 지금, 이렇게 모든 걸 잠시 내려놓고 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마음고생도 엄청 했지만, 그 대가로 엄청난 행복함과 소중한 추억들도 많이 간직할 수 있었기에 다시 그런 고난과 역경을 거쳐야 한다면 고민도 없이 다시 할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 스타트업과 VC에 내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면 하반기에는 크립토, 블록체인에 모든 걸 투자했다. 1월-3월에는 내 스타트업 Eddie의 MVP launch를 목표로 하고 미친 듯이 일했다. 하는 과정에 product market fit, 수익구조, 그리고 product development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완전히 pivot을 할 것이냐, 포기를 하고 실패를 인정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을 하다가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일과 학교는 병행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3월에 Eddie를 놓고 나서 그럼 놀았냐 - 나도 여전히 모르는 거 투성이었지만, 내가 직접 스타트업을 하며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다른 대학생 창업자분들을 조금이나마 도와드리고 싶어 Startup/Tech community를 만들었다. 디스코드에 매일 startup tech weekly news, 투자받는 방법, 피치덱 만드는 방법, resource recommendations들을 올리며 형성해 나갔지만, 이때 난 처음 디스코드 서버를 만들어보는 거였기 때문에 서버를 활성화시키는 데엔 처절히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블로그를 시작해서 이런 글들을 하루라도 일찍 올렸으면 더 나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5월 학기가 끝나기 전까진 투자 동아리에 들어가서 벤처캐피털들의 투자 구조에 대해 배우고, 어떤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은지 case study들을 하며 꽤 많은 흥미를 느꼈다. 스타트업들을 보는 눈을 기르고 싶었다. 가장 관심 가는 분야들을 모색하다가 상당수의 자본이 크립토 시장에 흘러들어 가는 것을 보고, 이 업계를 마냥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었다고 결정했다.


5,6월에는 크립토에 먼저 뛰어들기보다는 컨설팅과 벤처캐피털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커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었는데,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 자신에게 진솔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단지 마음이 급해서 남들이 다 하는 컨설팅, VC를 일단 들어가야 내 마음이 편안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천만 다행히도, 아무 곳도 안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너무 힘들었었는데, 만약 됐더라면 지금쯤 크립토라는 쪽엔 발을 디딜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다. 내 마인드가 거기서 멈췄을 것이고 내 성장이 거기까지였을 것이다. 더 큰 그림을 못 본 체.


6월부터는 그냥 무식하게 블록체인 관련 글들이라면 모조리 읽었고 지식을 조금씩 습득하다가 그렇게 7월이 흘러갔다. 아는 분께서 일단 100시간만 투자하라고 해서 방 창문에 100시간짜리 bar을 그려놓고 블록체인 공부를 할 때마다 보낸 시간을 색칠해 나갔다. 8월에 한국에서 열리는 큰 블록체인 conference들을 우연히 접하게 돼서 거기서 현재 내 직장의 CEO, Sam을 만나 정말 감사히도 이쪽 업계에서 일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8월 말에 4학년 1학기가 시작되고 그때부터 현재까지 한 학기 동안 학교와 일을 병행했다. 내 인생 최고로 바쁜 시기였던 것 같다. 하루에 공부랑 일을 매일매일 14시간씩 하고 지냈으니까, 멘탈이 망가지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미친 듯이 살았다. 항상 나는 주변 스타트업 파운더들과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과연 저분들처럼 나도 저렇게 미친 듯이 일할 수 있을까, 저렇게 행동할 만큼 동기부여가 되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를 걱정했었는데, 이번에는 잠깐 그런 순간들을 맛본 것 같다.


지금은 다시 12월이 됐는데 이렇게 후다닥 지나간 년도는 2022년이 처음인듯 싶다.

배운 것도 많고, 실수한 것도 많고, 칭찬할 것도 많고,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도 찾았다.


자기 객관화가 가장 중요.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이 어디까지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overestimate 하지 말자. 내 역량을 과대평가하게 되면 팀한테도 피해를 끼치고, 내가 내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confidence도 떨어지게 된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라는 것을 제대로 긋고 인식하자.

자기가 한 일 다 document하고, 끊임없이 소통하기. 작은 문제더라도 over communicate하기. 상대방을 귀찮게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 사람의 시간을 뺐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만큼 나랑 소통하는 게 가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끔 많이 소통하자.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것이 있을 때, 여기에 내 모든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지 먼저 생각해 보자. 내가 힘들어서 포기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릴 때 과연 포기해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 만큼 모든 걸 쏟아부었는지 생각해 보자. (물론 너무 힘들면 그만해도 된다. 항상 건강이 최우선시돼야 한다.)


일주일간 쉬고 풀 충전하면서 다시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다음학기에는 또 무슨 일을 저지를 것만 같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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