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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Jun 01. 2024

*안 쓰던 때로 돌아갈 생각 없음! *

* 안 쓰던 때로 돌아갈 생각 없음! (2024.06.01.토) *

안 쓰던 때로 돌아갈 생각 없음! (2024.06.01.) *     


 - 안 쓰던 때로 돌아갈 생각 없음!     


  날씨가 더워지고 있는 한 달 전부터 교무실 냉장고의 냉장실이 작동되지 않아 결국은 새 제품을 주문했지만, 주문이 밀려서 아직도 배송되지 않고 있다. 냉장고에 대해 별생각 없이 생활하다가 갑자기 냉장고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냉장고가 없던 옛날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A가 말했다.     


 - 어디서 아이스박스라도 가지고 올까 봐요.     


  요즘 일반 가정의 필수 가전제품으로 문 4개형의 대형 냉장고뿐만 아니라 대형 TV, 로봇청소기, 건조기, 스타일러 그리고 식기세척기 등이 기본인 듯하다. 대부분 있는 제품들이겠지만, 이중 우리 집에 있는 것은 냉장고와 TV 정도다. 로봇청소기는 고장이 난 뒤 다시 구매하지 않고 있고, 나머지는 구태여 필요하지 않다고 할까. 건조기와 스타일러는 옷감이 상하고 사이즈 변형이 올 것 같다는 생각에, 또 식기세척기는 그릇을 씻으면서 힐링 되는 기쁨이 크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친구 문제로 힘들어하는 A와 상담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 친구들 때문에 힘들 때마다 몸을 쓰는 일을 해 봐. 심리학에서도 그렇게 말하거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청소하거나 설거지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해. 몸을 움직이는 일이 도움이 될 거야.    

 

  이 말이 정답이다. 정신적인 문제로 힘들 때 몸을 움직이면 그 스트레스가 감해진다는 것을 경험자로서 말해 둔다. 식기세척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릇이 깨끗해지면서 몸과 마음이 가뿐해지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으니!     


  그런데도, 연예인 B가 식기세척기 광고에서 이렇게 말한다.     


 - 진작 쓸 걸 후회 중!

 - 안 쓰던 때로 돌아갈 생각 없음!     


  이런 말이 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사용한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진리가 아닐까 싶다. 아마 언젠가는 나도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면서 B의 말을 회상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 진작 쓸 걸 후회 중!

 - 안 쓰던 때로 돌아갈 생각 없음!     


  사실 요즘, 이 말을 실감하고 있는 일이 있다. 2,500원을 내고 C 터널을 통과하여 출퇴근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과용)하고 싶지 않아서 일반도로로 20년 동안 출퇴근해 왔었다. 그러다 얼마 전 C 터널을 통과하여 외출해 본 뒤, 출근도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들었던 생각은 딱! 이것이었다.


 - 한번 편리한 것을 경험하면 다시 돌아갈 수 없을 텐데….     


  역시 예상이 맞았다. 그동안 수많은 차량을 뚫고 지각을 걱정하며 D를 지날 생각에 출근 전에는 항상 마음이 바빴었던 내가 이제는 30분이나 먼저 도착하고 있다. C 터널을 통과하면서 신세계가 펼쳐지는 것을 경험한 뒤로는 계속 이렇게 다니기로 마음을 정해버렸다. E가 말했다.     


 - 지금까지 D를 통해서 왔던 건가요, 정말?

 - 네!

 - 와! 엄청 힘들었겠네요!

 - 네! 그랬어요….

 - 그래서 피곤해 보였던 거구나. 이상하게 아침에만 피곤해 보이더라고요.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나에게 F 여사가 말씀하셨다.     


 - 너를 위해서 하루에 2,500원을 쓸 수 있잖아?

 - 다른 통행료 900원까지, 총 3,400원이고, 퇴근까지 하면 6,800원인데요?

 - 열심히 일하고 피곤한 너 자신을 위해서 충분히 쓸 수 있는 돈이야! 그냥 써! 


  B의 말처럼 ‘더 일찍 하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지는 않지만, D를 지나면서 그 수많은 차 속에서 좌회전하기 위해서 끼어드는 일을 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 ‘안 쓰던 때로 돌아갈 생각 없음!’은 해 본다.

      

  새롭고 빠르고 편한 것보다 옛날 방식과 엔틱을 추구하며 느리고 불편한 것을 감내하던 나인데, 이제는 바뀌어 가고 있는 걸까….     


**************


 *** 일반도로로 다닐 때는 수많은 신호등이 있어서 빨간 불이 들어올 때마다 집에서 내린 커피를 잠깐씩 마실 수 있었는데, 이제는 3/4지점까지는 신호등이 없어서 커피를 마시지 못하고 달려온다.     


  이렇게 계속 달리는 게, 좋은 걸까….    

 

  (2024.05.10.(금)) 채플 설교 때 나왔던 신호등 사진.     


  어떻게 보면,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했던, 강렬한 색감….


  인생의 빨강 신호등, 멈춤이 때로는 필요하기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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