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에게 말하겠어요 (2024.06.15.토) *
- 출장으로 일주일 동안 자리를 비웠던 과장님과 팀장님이 이제 돌아오십니다. 이제 천국이 끝나고 다시 지옥이 시작되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얼마 전 ‘반려돌’을 키우는 사람들에 관한 기사를 읽으며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아기를 키우듯이 돌멩이를 씻기고 옷을 입히고 산책하고 심지어 1주년 돌잔치를 계획하고, 무엇보다 잠들기 전에 고민이나 즐거웠던 일 등을 반려돌에게 털어놓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힐링이 된다는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인간관계 속에서는 늘 갈등과 상처가 생기지만, 사물은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 주고 거부하지 않으며 상처를 주고받을 일이 없기에 오히려 피드백을 받을 수 없는 사물로부터 상상력을 통해 정서적 만족감을 채울 수 있다고 한다. 무척 씁쓸하고 안타까운 세상이 되었다.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청취자 한 명이 이런 사연을 보냈다.
- 아들 자랑을 하고 싶은데 여기라면 마음 놓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본인의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주고 이런저런 예쁜 일을 했다는 아들이 무척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사연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사람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것보다 차라리 라디오를 통해서 불특정 다수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나을 거야.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반응할까를 생각하며 사람과 이야기를 골라야 하니 힘든 일이야. 어떤 사심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축복이지.
진짜 친구와 가짜 친구를 구별하는 법에 대한 수많은 글 중 몇 가지가 기억에 남는데, ‘친구’를 ‘사람’으로 바꿔 봤다.
1. 내가 잘됐을 때 배 아파하지 않는 사람
2. 나의 아픔을 묻어줄 줄 아는 사람
3. 내 선택을 존중해 주는 사람
4. 솔직하게 조언해 주는 사람
또 이런 글도 있었다.
- 진지하게 나의 인생 목표와 비전을 이야기했을 때.
1. 진심으로 내 꿈을 응원해 주는 사람
2. 내 꿈을 비웃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
생각해 보면, 좋았던 일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거나, 안타까웠던 일들에 함께 속상해하고 아파해 주었던 고마운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 너무 솔직하게 조언해 주어서 상처를 받았거나 내 꿈이나 내 선택을 기꺼이 응원해 주지 않았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럴까. 이 글이 나에게 위로가 된다.
- 내 편인 줄 알았던 사람이 내 편이 아니었고, 전혀 생각도 못 했던 사람이 내 편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세상사다.
혼자 남아있던 어느 날, 교무실에 서류를 가지러 왔던 (내가 평소에 엄청 좋아하는) A와 자리 한번 뜨지 않고 또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2시간 30분 동안 인생 이야기를 나눈 뒤, A에게 이야기했다.
- 생각지도 않았던 시간이었어요. 이런 걸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하는 거죠!
- 너무 놀랍고 대단해요! 정말 더 좋아졌어요!
대화를 이어 가려고 해도 잘되지 않는 사람이 있지만, 의도치 않게 이야기가 술술 진행되는 사람도 있다. 다음 날 더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날이 아니었다면, 또 그 시간이 늦은 시간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더 이야기꽃을 피웠을 텐데, 아쉽게도 억지로 끊어내야만 했었다. 왜 그렇게 A의 이야기가 좋았을까? 아마도 어떤 환경에도 굽힘 없이 쉼 없이 달려온 A의 열정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나를 일깨웠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의 인생과 그의 꿈에 계속 격려하며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A에게 말했다.
- A! 시도해 보기를요!
나와 A의 말을 오며 가며 들었던 B가 이튿날 말했다.
- 선생님! 선생님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면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니까 더 이야기하고 싶은 분위기였어요!
- 앗! 제가 그랬나요?? 하하하!
- 두 분이 너무 재미있게 이야기하시더라고요!
-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감정표현을 그대로 했던 것 같아요. 좋은 시간이었어요.
내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없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주 가끔 찾아오는 이런 시간, 이런 무장해제의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모른다. 이런 글을 읽었다.
- 출장으로 일주일 동안 자리를 비웠던 과장님과 팀장님이 이제 돌아오십니다. 이제 천국이 끝나고 다시 지옥이 시작되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뭔지 모르게 불편해서 뭐라고 받아치고 싶지만 꾸욱 참으면서 쿨한 척 답장을 보내기도 하고, 직설법으로 적나라하게 말하고 싶지만 에둘러서 다르게 표현하기도 하고, 누가 보인 반응에 기분이 상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다니던 요즘, 늦은 퇴근길임에도 도로에 꽉 찬 차들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 걸까.
-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닐 텐데….
- 겉은 멀쩡해도 속은 다 찢겨 있는 거 아닐까….
오래전 C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 누구에게 말하겠어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자식 자랑하는 것도 조심해야 하고, 싫은 감정도 불편한 감정도 숨겨야 하고, 웃고 싶지 않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야 하고, 쓴소리 던지고 싶은 것도 속으로 참아야 하니, 모두 외롭고 고독하고 힘들게 지옥 같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도 이참에 예쁜 돌 하나를 구해서 말 한번 걸어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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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6.14.(금)) 채플 시간에 나왔던 그림.
아마도 요즘 사람들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공허하고 뻥 뚫린 것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내 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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