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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Jun 23. 2024

* 돈만 있다면 (2024.06.22.토) *

돈만 있다면 (2024.06.22.) *     


 - 돈만 있다면 말이죠!     


  선생님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비싸 보이는 물건인데요?

 - 아, 전혀 비싸지 않은 거예요.

 - 그런가요? 별로 비싸지 않은 것인데 비싸고 좋아 보인다고 하면 어떤 느낌인가요??

   제가 아는 A는 좋아하더라고요!

 - 당연히 좋죠!

   저는 10만 원짜리 1개보다, 만 원짜리 10개를 사는 사람이어서 대부분 저렴한 것들이에요.     


  가장 좋은 말은 B가 했던 이 말이었다.     


 - 선생님이 하는 것들은 비싸게 보여요.

 - 진짜요?      


   특정한 몇 명의 이야기이기에 객관화할 수는 없지만, 기분 좋은 내용이었다. 나름의 가격대를 가지고 일상을 가꾸는 직장인으로서 이렇게 마무리했다.     


 - 적은 돈으로 그 이상의 느낌이 나도록 하려면 안목이 있어야 해요!     


  C 복지관에서 다양한 음악 활동을 하는 D가 말했다.     


 - 우리 E 선생님은 수강료를 받지 않는다고 해요.

 - 그게 가능한가요?

 - 자기는 돈을 받고 가르치지 않겠다고 했대요.

 - 여유가 있으신 분인가 보네요.

 - 가르치는 것 자체를 즐기는 거라고 해요.

 -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신 분인데요?

 - 그래서 저희가 회비를 모아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고요.     


  어린 시절의 어려웠던 가정 형편을 나타내는 예시로 가장 많이 나오는 예는 이것이다.     


 - 육성회비(등록금)를 못 내서 담임선생님께 맞았었죠.     


  1959년부터는 초등학교 무상 의무교육이 실시되었고, 1985년부터 시작하여 2005년부터는 전면적인 중학교 무상교육이, 또 2021년부터는 고등학교 무상교육이 시작되었으니, 적어도 2021년 이전까지는 (고등)학교에 다니기 위해서 육성회비 즉,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어야 했다. 등록금을 내지 못했다면 선생님께 불려 가서 난처한 일을 당하기도 했을 테고.     


  일반 고등학교가 아니기에 무상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 다행스럽게도 1년 동안 공지되는 장학금이 꽤 많다. 기본적으로 등록금 전액 또는 일부를 지원해주는 것부터 심지어 생활비를 지원해주는 것까지 있다. 정기적으로 매달 몇만 원씩 주거나 1년에 몇백을 한꺼번에 지원하는 예도 있으며, 3년 동안 꾸준하게 지원해 주는 때도 있다. 보통은 다른 장학금과 중복되는 학생은 추천에서 제외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도 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이 첫 번째 조건인 경우가 많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듯이 대부분의 장학금이란,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성적이 우수하고 모범적인 학생이 지급 대상으로 되어 있다.     


  장학금 공지가 되면 담임선생님은 학급 학생 중에서 대상자를 찾는데, 자기 학급의 아이를 주고 싶어서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이번에는 우리 반 학생, 다음에는 다른 반 학생 식으로 순서를 정해서 진행하는 때도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실제로 많이 어렵고 도움이 절실하지만, 서류상으로 그것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다. 상담을 통해서 학생의 형편을 알고 있지만, 까다로운 조건으로 지원받지 못하게 되어 담임선생님들만 발을 동동 굴리는 때도 많다.     


  반면, 서류상으로는 분명히 어려운데 실제로는 굉장히 풍족하게 지내는 같아 선생님들이 헷갈리기도 하고, 무엇보다 밀린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고 졸업을 해 버린 뒤 학교 전화도 받지 않고 해결도 하지 않은 채 고등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다고 하니, 학급 아이들의 장학금 혜택을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하여 학생 한 명을 도와주려는 선생님들이나 온갖 회의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어려운 아이를 도와줄까 고민하던 학교는 가끔 허탈함을 맞보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 장학금을 받으면 고마워할까?

 - 장학금을 주는 게 맞는 일일까?

 - 진짜 어려운 아이들이 제대로 혜택을 받아야 할 텐데!     


  가끔은 작년에 추천해서 혜택을 받았던 장학금을 올해는 왜 추천해 주지 않는지 따지는 일도 있고, 장학금을 받았으면서도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놀랍게도 이렇게 인사하는 예도 있었다.     


 - 장학생으로 추천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많이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 아이는 제가 직접 해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보다 더 어려운 학생에게 주시면 좋겠어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이런 대단하신 분도 있지만, 사실 요즘은 부족함이라는 단어를 잘 모르는 때이기도 하다.    

  

 - 우리나라가 이렇게 풍족한 때가 없었다고 합니다.

   아이패드를 학교에서 무상으로 나눠주는데, 아이들은 그걸 또 안 받겠다고 한다면서요.     


  S그룹 장학금으로 공부하던 장학생이 S그룹에 입사해서 S그룹의 비리를 감싸주는 사람으로 묘사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깜짝 놀랐었다. 자기 회사의 장학금으로 키운 인재를 고작 그런 일을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려고 그런 ‘달콤한 돈’을 뿌렸던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무서운 세상이다. 이런 글을 읽었다.  

   

 - 우리나라는 정말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돈만 있다면 말이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 10억을 준다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나요?

 - 네! (교도소에) 잠깐 들어갔다 나오면 되죠!     


   ‘돈의 힘’을 무슨 말로 더 서술할 수 있을까. 돈만 주어진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요즘 사람들의 말에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무엇이 중요하다고 가르쳐야 할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화창한 볕과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밖을 바라보면 밝고 푸른, 정말 살기 좋은 멋진 세상으로 보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놀러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좋은 날들이다. 여기에 ‘돈만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짧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들리는 정말 놀라운 사람들의 이야기.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라는 말로 515억을 KAIST에 기부한 F, 상속받은 재산 약 36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오스트리아의 G, 지금까지 57억 원을 기부하고 루게릭 요양병원을 짓고 있는 H.     


  2차 지필고사를 위해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 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 즐겁게 돈을 벌고, 의미 있게 돈을 쓰는 법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     


***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 모인 아이들에게, 나무 심기를 시켰다.   

  

  학년 나무로 블루베리를, 학급 나무로 사과나무를, 그리고 작은 화분에는 강낭콩과 방울토마토를 심게 했는데, 아이들이 좋아한다.     


 -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하고, 국·영·수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며, 수시와 정시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싶어 할 텐데, 나무 심기, 식물 키우기를 시킨 것이 잘한 일일까.   

  

  내심 이렇게 걱정하던 나에게 아이들은 이렇게 말해주었다.     


 - 초등학교랑 중학교 때까지도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이에요!


  강낭콩과 방울토마토 중에 어떤 것을 심고 싶은지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단다.     


 - 방울토마토요!

 - 왜요?

 - 따먹으려고요!     


  I가 이렇게 말했다.     


 - 2주 정도 키우면 사과를 따 먹을 수 있지 않을까요?

 - 무슨 근거인가요??

 - 제 생각인데요!     


  잘 키우지 못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하는 J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 이 모든 것들이 당장 죽는다고 하더라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돈’과 상관없는, ‘대학’이나 ‘진학’과 상관없는, ‘의미 있는’, ‘가치 있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어서 그런가.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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