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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Jun 29. 2024

*반짝반짝 작은별 2023 (2024.06.29.토)*

반짝반짝 작은별 2023 (2024.06.29.) *     


- 욕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걸 아는 거죠.     


  초등학교 3학년 때인 것으로 기억한다. 같은 반 아이들에게서 처음 들었던 단어들.     


 - 바O!

 - 병O!     


  그 단어를 처음 들었던 그때의 이미지도 생생하다. 아마도 청소 시간이었던 것 같고, 수돗가에서 물장난하는 아이들이 말하던 단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는 그 아이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그 단어를 혼자 읊조려보기도 했다.      


 - 바O!     


  지금도 내가 그 순간과 이미지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아이들이 그런 단어를 서로에게 내던지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고 느꼈던 나 자신이, 너무 신기했기 때문이다. 왜 그런 것이 멋있어 보였을까??   

  

  아마도 예쁘지 않은 그 단어를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는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 ‘용기’가 놀라웠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다른 사람을 향하여 그런 단어를 내뱉으면서 보이는 자기 모습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놀라웠던 경험이었다. 욕하는 모습.     


  얼마 전 들어갔던 A 학급에서는 ‘거친 단어’를 말하는 학생들 이름을 칠판에 적어놓고 있었다. 일명 ‘욕한 자들’. 어떤 단어를 사용해서 걸린 것인지 물었더니, ‘뒤O래?’ ‘닥O!’ ‘꺼O!’ 와 같이 불편한 단어를 말하면 칠판에 적어놓는다고 했다. 그리고 순화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내용이 너무 재미있었다.   

  

 - ‘잠잠히 묵상해 줄래?’로 말해야 해요.

 - ‘광야로 걸어가 줘!’로 말해야 하죠.     


  무슨 뜻인지 물었더니, ‘잠잠히 묵상해 줄래?’는 ‘닥O!’를, ‘광야로 걸어가 줘!’는 ‘꺼O!’라는 뜻이라고 했다. 놀라운 아이들!     


  오래전 B 학생과 이런 대화를 했다.      


 - 우리 학교 애들은 착한 애들만 모인 것 같아요.

 - 그럴 리가요.

 - 중학교 때 애들은 욕을 많이 했는데 우리 학교 애들은 욕을 안 하는 것 같아요.

 - 밖에서는 여전히 하겠지만, 안에서는 조심하는 것이겠죠.

 - 그럴까요?

 - 그럼요. 어떻게 착한 애들만 모였겠어요. 욕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걸 아는 거죠.     


  그런데 C는 이렇게 말했다.    

 

 - 아이들이 욕을 많이 해서 힘들어요.     


  그때는 또 이렇게 말해주었다.    

 

 - 그래도, 중학교 때보다는 덜하지 않아요?

 - 그렇기는 하지만, 완전히 하지 않을 줄 알았죠.

 - 아직은 아이들이니까요. 아직은 중학생 모습이 많이 남아있고, 여러 아이가 모여있으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요.     


  물론 복도에서 큰 소리로 울려 퍼지는 ‘욕’을 들을 때마다 교무실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 아, 뭐야, 저 소리….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평점을 확인하는 것과 함께 ‘가족 또는 부모님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인지를 반드시 체크한다. 평점이 높더라도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면 보거나 듣기에 불편하다는 이야기니까. 특히 우리나라 영화인 경우는 조금 더 조심스럽고 신중한 것이 사실이다. 외국영화라면 잘 알아듣지 못하니 불편한 단어가 나와도 넘어가게 되지만, 우리나라 영화는 곧이곧대로 다 들려버리니 심사숙고하여 고르게 된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 남녀노소 불문하고 온 가족이 다 보게 되면 거뜬히 천만을 넘기게 될 텐데, 그런 내용으로 좋은 영화는 어려운 걸까?     


  좋아하는 단어 중에, ‘재치(才致)’라는 단어가 있다. 영어로는, ‘wit(위트)’라고 할 수 있는데, ‘humor(유머)’보다 한 수 위로 느껴진다.   

  

 - humor : 남을 웃기는 말이나 행동

 - 재치(才致) : 눈치 빠른 재주. 또는 능란한 솜씨나 말씨

 - wit : 말이나 글을 즐겁고 재치 있고 능란하게 구사하는 능력     


  웃기는 말이나 행동을 나타내는 유머러스하다는 말보다 ‘재치 있고 위트가 넘친다’라는 말이 훨씬 더 지혜롭고 똑똑하고 빛나는 느낌으로 다가오기에, 담임교사일 때 아이들의 생활기록부에 나만의 ‘특별 칭찬 멘트’로 적어주던 단어다.     


 - 재치 있고 위트가 넘치는 학생으로~~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 서로를 비하하지 않고 서로를 기분 좋게 하면서 빵빵 터지는 웃음을 주는 것이 좋은 유머입니다. 그래서 좋은 유머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머리가 좋아야 합니다. 또 좋은 유머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굴려야 하고요.     


  이런 글을 읽었다.     


- 혹시라도 저속한 대화를 듣게 된다면 어리석은 사람이 연기하는 희극을 본다 생각하고 넘겨라.     


  일상에서 욕을 하게 되거나 듣는 일은 거의 없지만, 아직은 성장하고 있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순간적으로 드는 1차 적인 감정을 간단한 단어, 일면 ‘욕’으로 표현하는 일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적어도 중고등학교 12년 동안, 또는 대학교까지 16년 동안, 웃을 일보다 힘든 일이 더 많을 수 있지만, 웃을 일을 좀 더 애써서 만들어 보면 어떨까.      


  머리를 쓰도록 노력해 보자. 

  ‘욱’하는 불편한 감정을 잠깐 참아 보고, 거꾸로 재미있게 승화해 보도록 하자.

  혹시라도 ‘저속한’ 단어를 듣게 된다면, 서로가 기분 좋은 유머와 재치와 위트로 가볍게 받아쳐 보자. 

  또 머리를 거치지 않고 단번에 나갈 수 있도록 연습해 보자.     


  자꾸 연습하다 보면, 유머와 재치와 위트가 넘치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을 테니!     


******     


*** 이번 주에 <반짝반짝 작은별 2023>이 출간되었다.      


  2023년 3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아이들과 또 선생님들과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287개를 책으로 만들었다.     


  학교가 즐겁고 재미있는 곳이 아닌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살이지만, 그런 학교생활 중에 있었던 즐겁고 재미있고 기발했던 순간들을 가능하면 모두 다 기록해 놓고 싶었다.     


  그래서 2023년 11월과 12월에 각각 출간된 <반짝반짝 작은별 2021> <반짝반짝 작은별 2022>보다 내용이 훨씬 더 많아졌다. 의도하지 않고 가볍게 적어놓았던 2021년과 2022년을 아쉬워하며, 2023년에는 아예 작정하고 보석을 모으듯 애써서 귀하고 소중하게 모아보았다.     


  수업 시간과 교무실에서 ‘하하 호호’했던 일들을 매주 짧게 적으면서 다시 웃었고, 수십 번의 교정을 하면서 또 한 번 웃었으며, 책이 나온 후에 제목만 보면서도 얼굴에 미소가 퍼지고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다시 한번 소리내어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삭막했던 학교생활에 웃음 가루를 흩뿌려주었던 작은별들!    

 

  유머와 재치와 위트가 넘쳤던 그 순간들!     


  2023년에 나의 삶을 빛나게 해주었던 반짝반짝 작은별들이 계속 빛나기를 바라며….    

 

https://m.site.naver.com/1pM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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