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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개근상 30명 *

by clavecin

* 3년 개근상 30명 (2025.02.08.(토)) *


- 3년 개근상 30명, 3년 우등상 33명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단 한 번도 전학을 간 적이 없다. 한 학교에 입학해서 졸업까지 했기 때문에, 내가 다닌 학교는 대학원까지 딱 4곳이다. 전학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자주 이사하지 않았다는 것일 수도 있고,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별일이 없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그때는 몰랐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매우 큰 축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대학교도 전학 갈 수 있는 것 아닌가요??


A 녀석이 저런 말을 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대학교를 전학 갈 수 있는 것으로 알다니!

학교의 변화는 없어서 좋았지만, 새로운 학년과 학급으로 편성이 되어서 교실이 바뀌고 친구들과 선생님이 바뀌는 시기인 신학기 3월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교무실을 옮기거나 자리를 옮겨야 하는 때가 오면 약간의 불안감이 생기면서 누가 대신해 주었으면 좋겠다거나 눈을 감았다가 뜨면 모든 것이 끝나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몇 주 뒤에 있을 일이어서 벌써부터 노심초사하며 약간 불안한 심정이다.

전학뿐만 아니라 ‘자퇴’라던가 ‘휴학’이라는 단어도 한 번도 생각해 보지도, 경험해 보지도 않은 단어다. 대학교 다닐 때 군대 때문에 휴학하는 남학생들을 보았을 뿐이지 내 주변의 여학생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심지어 ‘재수’도 하지 않아서 나에게 ‘학교’는 그냥 쭈욱 다니는 곳으로 인식이 되어 있다.

중간에 ‘잠깐 멈춤’ 또는 ‘쉼’ 또는 ‘이동’이라는 것을 경험해 보지 못한 나이기에, 교사를 하면서 학생들의 학적 변동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아주 오래전, 우리 반 학생이었던 B가 건강을 위해서 1년 휴학을 한다고 했을 때도, 고등학교에서 휴학하는 것에 놀라면서 B의 미래에 대해 걱정했었다.


- 계속 다녀야 하는데, 1년을 쉬어도 괜찮을까?? 또 1년 뒤에 오면, 1살 많은 선배가 되어서 후배들과 같이 다녀야 하는데, 괜찮을까??


뭐, 이런 생각을 했었지만, 1년 뒤에 돌아온 B는 아무렇지도 않게 학교를 잘 다녔고, 후배 아이들은 ‘언니’라고 하며 잘 따랐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학교에 잘 진학했다. 그것을 경험한 이후로, 휴학하거나, 심지어 자퇴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가능하면 쭈욱 멈추지 말고 다니기를 바랄 뿐이다.

또 거짓말을 1도 하지 않고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결과, 지각, 조퇴, 결석도 한 적이 없다. 심지어 대학교와 대학원 수업도 빠진 적이 없다. 언젠가 C 대학교에서 몇 명의 선생님들과 교사 연수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빡빡한 연수 일정에 지친 선생님들이 오후 연수를 빼고 놀러 가자는 의견들이 나왔었다. 그때 내가 이렇게 말했다.


- 선생님! 저는 대학교 다닐 때도 수업 빠진 적 없는데요?


그때 D가 놀라서 물었다.


- 대학교 다닐 때 수업 땡땡이쳐 본 적이 없다고요??

- 네!

- 그러니까, 이번 연수 빼고 놀러 가는 거 어때요?

- 아! 저는 못해요.


이런 나 때문에 다른 선생님들도 수업을 빠지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뚜렷하게 기억나는 것은, 대학교 1학년 금요일 1교시 수업으로 교양 윤리가 있었는데, 보통은 S대 전철역에서 학교 버스를 타고 등교했었지만, 그날은 좀 늦을 것 같아서 정말 과감하게 택시를 타고 강의실로 뛰어갔건만, 뒤늦게 들어온 조교가 ‘휴강’이라고 외쳤을 때, 힘이 탁 빠졌던 기억이 있다. 결과론적으로 휴강이 된 수업을 위해 택시 값을 날리기는 했어도 수업에 들어가려고 애썼던 그 일은, ‘흠~ 나는 수업을 빠진 적이 없는 사람이야~’라는 뿌듯함을 갖게 해 준 기억이 되었다.

추가로 한 가지 더 말한다면, 학교에 다니는 동안 보건실 - 예전에는 ‘양호실’로 불렀다 - 에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사실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르고 가도 된다는 것도 몰랐다. 왜 몰랐지?? 요즘 아이들은 얼마나 자주 보건실을 가는지, 보건 선생님이 안쓰러울 정도다.

어찌 보면 고루한 듯한 나의 학교생활과는 다르게 요즘에는 많은 것들이 자유로워졌고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선택의 폭이 많아졌다. S 대학교에 다니다가 이게 아니다 싶으면 자퇴를 하기도 하고, 입학하자마자 전학을 가기도 하고, 아예 학교에 다니지 않고 홈 스쿨링을 하기도 하는 등, 예전과는 사뭇 다른, 다양한 시대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 보수적인 시스템을 갖춘 학교로서는 학생을 지도하고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졌다고 할 수 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전학을 몇 번씩 하기도 하고, 고3 때 자퇴를 하기도 하며, 시험 기간인데도 결석을 해서 시험을 보지 않거나, 시험을 보다가 조퇴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학기 중에 여러 가지 이유로 체험학습을 사용하기도 한다. 아주 옛날에 학교를 다닌 나의 머리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떤 때는 이런 ‘용기’가 대단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학생들의 출결에 변화가 있을 때는 출결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질병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에 민감한 사유도 적용된다. 생활기록부에 남지 않고 출석 인정이 되는 사유도 있고, 지각과 조퇴를 3번 이상하면 결석 1번이 되는 등 이전보다 좀 더 세세하고 학생의 입장을 고려한 내용이 많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이후 가정학습이나 체험학습의 일수가 대폭 확대되어서, 2021년도의 경우, 학교장허가 교외 체험학습은 연간 20일 이내로 신청할 수 있었고, 국가 감염병 즉, 코로나가 ‘경계’ 또는 ‘심각’ 단계일 경우, ‘가정학습’을 한시적으로 최대 57일 이내까지 허가했었다. 2025년 지금은, 교외 체험학습과 가정학습을 포함해서 연간 20일 이내로 신청할 수 있는데, 물론 가정학습은 국가 감염병 경계나 심각 단계일 때 가능하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의 코로나 시절에는, 출석 인정이 되는 체험학습과 가정학습 57일 포함하여 기타 인정 요소까지 하여 60일이 넘게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되어서, 어느 학급은 학생이 아무도 오지 않아서 수업을 못했다는 선생님도 있었고, 등교한 학생이 1명이어서 그 학생과만 수업했다는 선생님들도 많으셨다.

‘출석 인정 시스템’을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이렇게 저렇게 이용하는 학생들을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속셈이 빤히 보이게 사용하는 아이들을 그대로 지나칠 수는 없기도 하기에, 선생님들의 고충이 크다. 몇 년 전에 모범상을 주기 위해서 학생을 추천하는데, 체험학습과 가정학습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학생이 전교에서 5명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선생님들이 깜짝 놀랐던 적도 있다.

결석이나 조퇴 등을 해도 출석 인정이면, ‘개근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출석 인정이 되는 시스템이 있는데도 끝까지 사용하지 않고, 즉, 체험학습이나 출석 인정 결석 등을 신청하지 않고, 고리타분하게 아니 성실하게 학교에 쭈욱 나온 학생이 있을까? 궁금하다. 만약 그런 학생이 있다면, 이렇게 묻고 싶다.


- 사용할 수 있는데 왜 사용하지 않은 걸까?

- 자기만의 주관이 있는 건가요??

-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건가요??


이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 학생이 있다면 나에게 찾아와서 직접 대답해 주면 좋겠다. 만나고 싶으니까.


*********************


*** (2025.02.07.(금)))에 제28회 졸업식이 있었다.


2022년도에 입학한 학생들이 졸업했는데, 1학년 때와는 많이 다른, 성장한 모습이었다.

코로나 시절이었지만, 2021년도에 하지 않던 여러 가지 학교 프로그램을 시도하기 시작한 기수로, 학교에서 세족식을 하기도 했고, 체육대회, 현장 체험학습, 축제, 학년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를 많이 했던 학년이어서, 1년 선배 아이들이 무척 부러워했었다.

식이 한참 진행되던 중 화면에 이런 메시지가 떴다.


- 3년 개근상 30명, 3년 우등상 33명


무심코 보다가 깜. 짝. 놀랐다. 총 299명 중 3년 개근이 30명이라니? 또 3년 우등상보다도 적다니?? 너무나도 큰 충격이어서 한 5초 정도 얼어붙어 있었던 것 같다.

239명이 한 번 이상을 결석했다는 건데, 그것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학교에 나오다니! 체험학습이나 가정학습, 출석 인정 시스템을 사용하기도 했겠지만, 3년 동안 개근을 한 30명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당신의 성실함과 꾸준함이 어디에서나 인정받을 것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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