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부터 기다려요! *

by clavecin

* 새벽부터 기다려요! (2025.03.01.(토)) *


- 새벽부터 기다려요!


S 전자에서 신입 사원들을 위해 만든 홍보 영상을 보게 되었다. 각 부서에서 사원들이 닮고 싶어 하는 ‘선배’들이 나왔는데 그중에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던 A가 인상적이었다.


- 아침에 회사에 가면 회사가 엄청 조용해요. 고요하거든요. 제가 계획했었던 것 쭉 하고, 이번 주에 해야 할 것 정리하고, 온전히 내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순간이라서 이 시간이 저한테 너무 소중합니다. 일찍 출근하면 공부를 주로 하려고 해요. 나의 시간은 스스로 경영하자. 오늘의 시간을 나는 이렇게 쓸 것이다. 계획은 발화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간 관리에 도움이 되는데, 이게 참 귀하더라고요. 저는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저의 시간이 가치 있게 쓰였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말하는 A는 놀랍게도 월요일 새벽 4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직장으로 향해서 새벽 6시면 사무실에 들어섰다. 왜 이렇게 일찍 출근하느냐는 PD의 말에 A는 이렇게 말했다.


- 금, 토, 일은 가족들과 재미있게 보내고, 월요일은 사회에서 제가 어떻게 쓰일지 가장 기대되는 요일이라서 일찍 출근했습니다. 어떤 일요일에는 새벽부터 기다려요. 첫 차가 언제 출발하나. 월요일이 최고! 월요일이 너무 좋습니다. 그 시간이 저한테 너무 소중하거든요!


2025년을 준비하는 교사 연수가 예년보다 일주일 먼저 진행되었다. 지금까지는 매년 2월 말 마지막 주간에 신학년을 위한 다양한 연수와 협의가 진행된 후 교무실 이동을 하는 것으로 마쳤기에, 며칠 뒤에 시작되는 신학기가 더 바쁘고 정신없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교사 연수 이후 한 주간의 여유가 있어서, 2월 말인 이번 주에 오롯이 신학기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었다. 2월 말이 이렇게 황금 같은 시간이었다니, 난생처음 경험하는 시간이다.

2025년에는 5년 만에 다시 담임을 하기로 하였지만, 내심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2020년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를 쓰고 하였던 담임 이후로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는가. 코로나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고 특히 아이들, 학교를 바꿔 놓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딱 밀착되어 있어서 애지중지하던 아이들과의 친밀한 관계가 코로나 이후로 서로 닭 보듯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을 보는 것처럼 멀찌감치 떨어진 느낌을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터이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신학기 준비를 하기로 했다. 여기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느낌’이란, 아무것도 모르는 ‘생짜 초보’의 마음을 일컫는다. 무언가 해 보았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또는 예전에 해 보아서 무언가 알고 있다는 마음이 아니라, 아예 아무것도 해 보지 않아서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백지상태’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아는 게 없으면 용감하다고 하니, 아예 모르는 척, 그냥 밀고 나가기로 했다는 것을 이제야 말해본다.

그래서인지, 저번 주 금요일부터 꼬박 일주일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나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어떤 일에 한 번 집중하면 그 일에 대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생각들이 마구 솟아나는 특성이 있는 나로서, 오랜만에 맡는 담임 업무이다 보니, 해야 하는 일들, 그리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막 쏟아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떤 날은 오전부터 새벽까지 꼼짝하지 않고 일을 할 정도로 우리 반 일에 몰입하기도 했다. 오늘은 이렇게 하는 것이 나아 보였는데, 다음 날 보니 또 저렇게 하는 것이 나아 보이기도 해서, 수도 없이 생각하고 수정했다.

일주일을 돌아보니 가장 뿌듯한 일 중의 하나는, 아이들의 학번과 이름을 다 외웠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이름을 보다가 불현듯 매일 아침에 한번 보고 저녁에 한번 보면서 기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이참에 아이들의 학번과 이름을 다 외워버리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이가 드니 외우는 것이 쉽지 않은데, 특히 아이들의 이름을 외운다는 것이, 또 학번과 함께 외우는 것이, 또 얼굴도 모르는 채 아이들을 외운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도전해 보았다.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제안했다.


- 매일 아침, 저녁, 2번씩 우리 반 아이들 이름을 한 번씩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친숙해지게~~^^


아이들 얼굴까지 함께 외우면 참 좋을 텐데, 아이들은 사진을 개인적으로 제출하고 싶다고 해서 서로의 얼굴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학번과 이름이라도 외웠으니, 얼마나 기쁜지!

무언가 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으면 불안한 나이기에 일단, 신학기 시스템 정착이 중요했고 이것저것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만들었다. 일반적으로는 G 계정이 배부되어서 공유 문서 작성을 했었는데, 올해는 나중에 배부가 된다고 하여서, 다른 방법으로 공유 문서 작성을 하였다. 또 학급 카페와 학교 R 사이트를 통해서 학기 초에 모아야 하는 자료들을 제출하도록 하였더니, 훨씬 일이 수월하다. 과제 제출을 오늘 밤까지로 하였기 때문에 아이들은 지금 정신없이 바쁠 텐데, 제대로 시간을 맞출지 궁금하다. 하하.

특히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익혀보는 것을 좋아하기에, 우리 반 아이들에게 R 사이트에서 3월에 진행할 상담 신청도 받기로 했다. 이것은 처음 사용해 보는 건데, 앞으로 유용하게 잘 사용할 수 있겠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지 않아서 뭐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헉헉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는 하다. 하하.

일주일 내내 신학기 준비에 몰입하다 보니 오지 않았으면 하고 내심 꺼리던 신학기가 엄청나게 기대가 되는 이상한(?) 기운까지 느끼게 되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S 전자의 A가 떠오른다.


- 일요일에는 새벽부터 기다려요. 첫 차가 언제 출발하나.


다행히 이번 주 월요일이 쉰다는 것에 안도하며, 새벽부터 월요일을 기다리는 A를 기억해 보며, 31기 신입생을 만날 화요일을 기다려본다. 정신없이 흘러갈 3월이 감사함으로 가득 찬 달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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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2.27.(목))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공연. 일명 Body Concert.


머리가 아닌, 몸으로 하는 일이 가장 정직한 것이 아닐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던 공연이다. 허투루 할 수 없는, 겹겹이 쌓인 고된 훈련의 시간을 볼 수 있었던 멋진 무대!

저 공연을 위해 흘린 땀은 얼마나 될까, 겪은 고난과 어려움은 얼마나 많았을까, 쓰러지고 외로웠던 순간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어두운 무대에서 우렁찬 음악 소리에 맞춰 온몸으로 연주하는 공연에 울컥하며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이들과는 다르지만, 이제 나만의 방법으로 온몸을 던져 달려들어야 하는 나의 Body Concert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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