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꼴찌만 하지 말자! (2025.03.08.(토)) *
- 꼴찌만 하지 말자!
10여 일 전부터 온라인으로 연락하며 신입생 과제를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모으고 공유 문서를 작성하며 계속 이야기해 온 아이들을 직접 만난다는 설렘으로 들떠서 출근하던 화요일 아침, 방송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 교사 생활 35년 차이지만, 개학하는 날은 여전히 긴장됩니다. 밤새 한숨도 못 잤네요.
밤을 꼴딱 새웠다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말씀에 진행자가 웃으며 말했다.
- 35년 동안 초등학교에 계셨던 선생님이 긴장된다고 하시니, 학생이나 교사나 개학을 맞이하는 것은 무척 떨리는 일인가 봅니다.
짧은 봄방학이 끝나고 나 또한 많이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맞이했던 2025학년도 1학기 3월 첫 주가 무사히 끝났다. 이번 주의 공식 일정에는 ‘입학식’이라는 행사가 딱! 1개 있었지만, 매일 큰 행사 4~5개를 끝낸 느낌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정리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바쁜 걸까? A를 해 달라는 메시지, B를 조사하라는 메시지, C를 배부하라는 메시지, 그사이에 D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 자, E와 F를 끝냈네!
그 소리에 당황한 나는 이렇게 외쳤다.
- 벌점이에요!!!
교무실 선생님들과 회의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 정말 죽을 것 같아요! 너무 바빠요!
내 말을 들은 G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 오랜만에 담임을 해서 그런 거지, 곧 돌아올 거야.
출근해서 교실에 들어가기 전 교무실에 있는데, 아이들 몇 명이 교무실로 들어와서 두리번거리며 선생님을 찾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띠고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 흠, 깜찍한 아기들이네??
그중에 어떤 녀석이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이렇게 외쳤다.
- H 선생님(내 이름)??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 어? 난데??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이 이렇게 외치면서 나에게 우르르 몰려왔다.
- 선생님! 저희 1학년 3반이에요!!!
학번과 이름을 다 외웠다고 호언장담했건만, 미리 받은 사진 파일을 보면서 조금씩 헝클어진 아이들의 학번과 이름이, 실물로 직접 보니 모든 것이 다 얽히고설키고 뒤죽박죽되어 버렸다. 분명히 학번과 이름을 확실하게 연결할 수 있었건만, 얼굴을 보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이렇게 외쳤다.
- 이 아이는, 누구더라. 저 아이는 누구지?? 도대체 하나도 모르겠네.
나중에 찾아보니 내 이름을 외쳤던 아이는 일주일 내내 학급의 온갖 일을 도맡아서 하는 I였고 함께 온 아이들은 J와 K였다. 온라인으로만 이름을 익혔던 아이들을 아무런 준비 없이 교무실에서 맞닥뜨리니 얼마나 당황했던지! 며칠 동안 아이들 사진과 실제 얼굴과 학번과 이름을 연결해서 몇 번씩 외웠고, 이틀째부터 교무실에 온 아이들을 보자마자 이렇게 외쳤다.
- 너는 O 번 L!
- 너는 OO 번 M!
자신이 붙은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 교무실로 와서 나에게 ‘선생님! 저, 몇 번, 누구게요?’하고 물어보라고 해. 다 맞힐 테니까!
온갖 공지 사항과 전달 사항을 뿌리고 오만가지를 수합하였으며 또 다양한 프린트를 배부했다가 수합까지 끝낸 금요일이 지나고 오늘 토요일까지 하루 내내 일을 하고 보니, 아주 쪼금 정리가 된 느낌이다. 옆에 있는 N에게 말했다.
- 저의 올해 모토는 남들 하는 만큼만 하자예요.
그랬더니 N이 말한다.
- 아니, 아니, 꼴찌만 하지 말자.
무릎을 탁! 치면서 내가 말했다.
- 맞아요! 꼴찌만 하지 말자!
물론 아이들에게는 만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단호하게.
- 고등학교에서는 기한이 중요합니다. 제출해야 하는 기한을 꼭! 지켜야 합니다!
애들도 알고 있지 않을까. 허둥지둥, 어리바리하게 왔다 갔다 하면서 말만은 단호했던 것을?? 하하하.
기다리던 주말. 모두 조금은 쉬었겠지? 본격적인 학교생활의 시작인 다음 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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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학식 때 선생님들은 왼쪽 위편에 꽃을 달아야 한다. 그런데 꽃에 있는 옷핀이 옷을 상하게 할 수도 있어서 손에 들고 계신 분들도 있다.
O 선생님이 옷 위에 테이프로 꽃을 꽂은 모습!
2025학년도 31기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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