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진로도 모르는데?? (2025.03.15.(토)) *
- 내 진로도 모르는데??
근래 자주 사용하는 Chat GPT 사이트에 뜬금없이 질문을 던져 보았다.
-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렇게 답변한다.
- 지금 많이 지치고 힘든가 보네요.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주변에 도움을 청해 보세요.
피식 웃고 말았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Chat GPT의 대답 중에 이런 내용도 있었다.
- 1. 너만 힘든 건 아니야.
2. 꼭 완벽한 계획이 없어도 돼.
3. 네가 정말 좋아하는 것, 작은 행복을 찾아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인생의 진로를 잘 모르겠으면, 일단 싫어하지 않는 분야부터 좁혀보라며 이렇게 추천해 준다.
- 1. 내가 좋아하는 건 뭐지? (흥미)
- 2.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뭐지? (강점)
- 3.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뭐지? (기회)
언제나 그렇듯, 새 학기에 시간표를 받은 뒤 확인하는 순서는, 4교시 수업이 있는지, 1교시 수업이 있는지, 4교시와 5교시 연속 강의가 있는지, 오후에 수업이 많은지 또 그 밖의 연속 강의가 있는지 등이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것이 들어있는 2025년의 시간표를 받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월, 화, 수요일에 수업이 몰려 있고,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수업이 조금 적어서 주말로 향하는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100여 명의 시간표를 짜는 것이니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4교시 수업을 하고 부리나케 점심을 먹은 뒤 다시 5교시 수업을 연이어서 해야 하는 수요일만 조절이 되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가끔 해 본다. (양이 많은) 밥을 빨리 먹는 것이 너무 힘들다. 헉헉. 하하.
올해 나의 시간표에서 가장 색다른 것이 있다면, 3학년 수업을 하게 된 것이다. 일명 <진로 수업>. 중학교 1학년 때는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1년 내내 <진로 탐색>을 하였고,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에서도 진로 수업이 있었는데, 3학년에 와서도 <진로 수업>이 있다. 우리에게 진로가 중요하기는 하지. 선생님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내 진로도 모르는데 무얼 가르쳐야 하지??
1학년 때 보았던 아이들을 3학년이 되어서 다시 만나니, 얼마나 반갑던지! 여학생 1개 학급과 남학생 2개 학급이었는데, 아이들과 앞으로의 진로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 의논하고 결정했다. 반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계열별로 조를 나누고 독서할 책도 넣어서 개인별로 발표하기로 했다. 의대 광풍 속이지만, 의외로 의약학 분야는 1~2명의 소수였고 구체적인 계열을 정하지 못한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 1학년과 2학년 때도 진로 관련 발표를 했을 텐데, 단순히 자료를 조사해서 발표하는 스타일은 하지 말도록 하죠. 3학년은 뭔가 심화된 내용으로 발표하면 좋겠습니다.
이 말에 아이들도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해 주어서 좋았다. 아이들의 발표는 몇 주 후에 하기로 해서 그 전에 내가 몇 시간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번뜻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내 이야기를 해야겠다.
지금까지의 내 삶을 이야기하면 아이들의 진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수업을 위한 PPT를 만들었다. 유치원 이전, 초등학교, 중학교 등등 학교 구분을 하고 현재까지의 인생을 총 10단계로 나누었는데, 이야기하기 쉽고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그 시기의 주요 명사를 나열하여 자료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나온 내 책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시리즈에 간간이 나오는 내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수업 자료를 만들면서, 왠지 모를 (깊은) 감동이 몰려왔다.
- 아, 이런 일들이 있었지….
내 인생 이야기의 마지막 챕터는 ‘그리고’이다. ‘지금’의 모습 다음 부분인데, 앞으로의 나의 진로에 대해서 열린 답변으로 만들었다. 나도 궁금하다. ‘그리고’는 어떻게 펼쳐질까. 다행스러운 것은, 아이들이 내 이야기를 듣고 좋아했다는 것이다. 사실 수업하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 지금도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요, 물론 농담입니다만, 제 이야기를 듣고 나면 저를 더 좋아하게 될걸요??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놀라는 표정을 했던 아이들의 (귀여운) 얼굴이 떠오른다. 3학년이지만, 아직 아기들인 아이들.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내가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고 들어주는 아이들 있는 이 자리가 있어서 다행이고 정말 감사한 것 같아.
갑작스러운 3학년 수업이지만, 3학년 아이들과의 만남이 나의 삶을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 되고 있음을 깨닫게 되어서 더 감사하다.
- 내 진로도 모르는데??
내가 좋아하는 말, ‘처음 살아보는 오늘 하루’를 또 하루 보내며, 누구나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걸어가는 내일이지만, 오늘과 오늘이 쌓여서 나의 삶, 나의 진로, 즉 내가 걸어가고 살아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되고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걸어갈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갯속이었지만, 지나오고 난 뒤 돌아보니, 선명하고 뚜렷한 길이 새겨져 있음을, 지금 확인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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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학년 아이들과의 <진로 수업>을 위해서 만들었던 PPT 중 하나.
- 9. 지금
10. 그리고….
안갯속을 헤매고 비틀거리면서 지나온 다음 뒤돌아보았을 때 깨닫게 되는 것 말고, 지금 걸어가고 있는 길이 선명하고 뚜렷하게 보이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 제대로 된 길인지, 나에게 맞는 방향인지 확신을 가지고 걸어가면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
그럼,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텐데….
그럼, 나에게서 눈을 들어서 다른 사람을 좀 더 돌아 볼 수도 있을 텐데….
그럼, 이렇게나 자주, 많이, 헤매지도 않고 부딪히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았을 텐데….
왜 과거를 돌아보아야만 길이 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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