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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탁 진 Oct 25. 2022

[동화] 별똥별 소원

나의 창작 동화

                 별똥별 소원 



  민우도 다른 아이들처럼 서쪽 하늘로 떨어지는 붉은 해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버스가 마지막 고갯길을 넘어서자 산꼭대기에 우뚝 서 있는 커다란 건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팻말에는 '국립 천문대'라고 써져 있었습니다. 


  민우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바람이 좀 세게 불어왔지만 도시의 텁텁한 공기와는 달리 아주 상쾌하고 시원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행은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천문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간단한 입소식을 마치고 우주와 별들의 신비에 관한 비디오를 보고 나자 창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천문대에서 별을 관찰하는 연구원 아저씨들이 민우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여러 가지 장비들을 보여주고, 설명도 해주었습니다. 모두들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았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두 팀으로 나누었습니다. 한 팀은 천체망원경으로 직접 하늘의 별을 관찰하고, 민우가 속한 다른 팀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별자리에 대해 공부하였습니다. 


  산꼭대기에서 보는 밤하늘은 그야말로 별천지였습니다. 민우가 이렇게 많은 별들을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도시의 밤하늘에서는 별들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조명이 너무 밝아서 별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별을 관찰하는 천문대는 아주 어두운 산꼭대기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우와 아이들은 연구원 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며 북두칠성도 찾고, 오리온자리, 전갈자리 등등 여러 가지 별자리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연구원 아저씨가 북극성을 가리키며 설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얗게 빛나는 빛줄기가 나타났다가 사라졌습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였습니다. 그것은 유성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말로 ‘별똥별’이라고 하는데, 우주에 떠 다니던 커다란 돌멩이가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땅으로 떨어진다고 하였습니다. 그때 아주 빠른 속도로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불이 나서 타버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방금 별똥별 하나가 지구로 떨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도 했습니다.


  민우는  천체망원경이 있는 관찰실로 갔습니다. 관찰실 지붕이 열려 있어서 천장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줄을 서서 차례차례 천체망원경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별을 아주 가까이 보게 된 아이들은 모두들 ‘와와’하며 신기해했습니다. 


  민우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민우는 접안렌즈에 눈을 조심스럽게 갖다 대었습니다. 렌즈 안에는 별 하나가 아주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냥 눈으로만 보던 별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푸른빛을 띠는 별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보였습니다. 


  착각이었을까요? 별에서 갑자기 빛이 한 줄기 나오더니 민우를 향해 곧장 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민우는 깜짝 놀라 몸을 뒤로 움츠리다가 그만 ‘꽈당!’하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습니다. 망원경 옆에서 도움을 주던 선생님도 놀라 넘어져 있는 민우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왜 그러니? 괜찮니?"


  아이들도 무슨 일이냐는 듯이 눈이 동그래져 민우를 쳐다보았습니다.


  "별이 떨어졌어요. 별이 저를 향해 떨어지는 것을 봤어요."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민우를 일으켰습니다.


  "뭘 잘못 봤겠지. 어서 일어나라."


  민우는 정말 자기가 잘못 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우는 일어나 손을 털며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뒤에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얘, 이거 네 것 아니니? 가져가야지."


  얼떨결에 민우는 선생님이 내민 것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손안에 꼭 들어올 만한 크기의 작은 별이었습니다. 납작한 별은 반짝반짝 유난히 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민우도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제 것이 아닌데요."


  "아까 네가 넘어진 자리에서 주웠어. 아마 네 주머니에서 흘렀나 보다. 네가 가져가거라."


  민우는 손바닥에 놓인 별을 한 번 쳐다보고는 주머니에 넣고 관찰실을 나왔습니다.


월요일 아침, 민우는 학교로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또 늦잠을 자는 바람에 지각을 할지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민우는 지각을 자주 하여 벌써 반에서는 지각대장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학교 앞 횡단보도 가까이 왔을 때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뀌었습니다. 민우는 조금만 더 빨리 달려왔으면 건널 수 있었을 텐데 하며 가슴을  쳤습니다.


  '에이, 이러다 또 지각하고 말겠네. 빨리 파란 불로 바뀌었으면 좋을 텐데.'


  그때, 달리던 차들이 갑자기 ‘끼익’ 하고 멈추었습니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다시 파란 불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빨간 불이 들어온 지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파란 불로 바뀌었기 때문에 운전기사들도, 민우도 이상하다는 듯이 파란 불이 들어와 있는 신호등을 쳐다보았습니다. 민우는 다른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려 재빨리 건너갔습니다. 


  민우가 교문을 막 들어서고 있는데 ‘딩동댕’ 하고 수업 시작종이 울렸습니다. 민우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려가며 제발 선생님보다 자기가 먼저 교실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우가 숨을 헐떡이며 교실문을 열었습니다. 시끄럽던 교실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다행히 선생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선생님이 아니라 지각대장 민우란 것을 알고는 다시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민우는 이제 살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오늘은 민우가 앉아 있는 줄이 청소당번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맡은 구역을 청소했습니다. 민우의 청소구역은 복도였습니다. 민우는 빗자루를 들고 복도를 쓸다가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갔습니다. 민우는 소변을 보면서 누가 복도 청소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청소는 지겨워. 쓰레기도 별로 없는데 왜 맨 날 청소를 해야 하는지. 누가 나 대신 청소를 해주었으면 좋겠네.'


  민우는 소변을 다 보고 천천히 복도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민우의 청소구역인 복도에는 어느새 말끔히 청소가 되어 있었습니다. 물걸레질까지 되어 있었습니다. 교실 안에서 청소를 하던 줄반장인 준이가 교실문을 열고 나오며 말했습니다.


  "민우야, 너는 청소를 하다 말고 어딜 간 거니? 어? 벌써 청소를 다 했니? 이상하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준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민우를 쳐다보았습니다. 민우는 다른 아이들이 민우 대신 청소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민우는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 하고 올렸습니다.


  저녁을 먹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던 민우는 갑자기 피자생각이 났습니다.


  '있다가 아빠 오시면 피자 사 달라고 해야지. 피자 먹어본 지도 꽤 오래되었네.'


  민우가 컴퓨터 게임에 정신없이 빠져 있는데 현관 벨이 울렸습니다. 아빠가 오셨나 봅니다. 민우는 현관으로 나가 아빠를 맞았습니다.


  "민우야, 아빠 왔다. 자, 이거 민우 먹으라고 사 왔다."


  아빠는 민우에게 피자 상자를 내밀었습니다. 상자를 받으며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침부터 민우가 생각하는 대로  다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우는 피자를 먹으며 곰곰이 생각하다가 한번 시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민우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아, 목이 메는구나. 우유라도 먹었으면 좋겠다.'


  그 순간, 주방에 있던 엄마가 컵에 우유를 따라 가지고 나오면서 말했습니다.


  "민우야, 천천히 먹어라, 체할라. 자, 이 우유를 마시면서 먹어라."     

  민우는 잔을 내밀고 있는 엄마를 바라보며 눈이 둥그레졌습니다. 정말 민우가 원하는 대로 또 이루어졌습니다. 민우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정말 오늘은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다음 날, 민우는 학교에 가다가 횡단보도 앞에 섰습니다. 신호등은 빨간 불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민우는 신호등을 바라보며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파란 불로 바뀌어라. 파란 불로 바뀌어라.'


  민우가 마음속으로 말을 마치자 곧바로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뀌었습니다. 민우는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민우가 원하는 것은 모두가 이루어졌습니다. 참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민우가 횡단보도를 건너 학교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뒤통수가 근질거렸습니다. 마치 누군가 민우의 뒤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민우는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그러나 민우의 등 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민우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붕어빵을 하나 사 먹으려고 주머니에 든 동전을 꺼내다가 동전들 사이에서 작은 별이 반짝이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민우는 그것이 지난 주말 천문대에 갔을 때 주웠다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은빛이 나는 별은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거렸습니다. 민우는 문득 연구원 아저씨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혹시나 이 작은 별이 별똥별이 아닐까?’


  민우는 다시 한번 시험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무슨 소원을 빌어 볼까 생각하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이 왔으면 좋겠어. 눈사람을 만들 정도로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


  그러자 하늘에서 나풀나풀 하얀 눈발이 날렸습니다. 점점 눈은 많이 내렸습니다. 거리의 자동차들은 갑작스럽게 내리는 눈에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움직였습니다. 사람들도 행여나 미끄러질까 조심조심 걸어갔습니다. 민우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습니다. 정말 민우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렇다면 민우가 가지고 있는 작은 별이 소원을 들어주는 별똥별인 게 분명했습니다. 민우는 아주 귀중한 보물을 얻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드디어 알아내고 말았구나."


  민우는 자기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뒤돌아 보았습니다. 하얀 옷을 입은 아이 하나가 민우의 눈앞에 서 있었습니다. 옷차림이 좀 특이해 보였습니다. 얼굴이 예쁜 아이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아이는 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띠고 있었습니다.


  "너는 누구니?"


  "나는 우주에서 온 별똥별 요정이야. 밤하늘의 별똥별들을 지구로 뿌리는 일을 하지. 내가 별똥별을 뿌릴 때 누군가 나의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면 나는 그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단다."


  민우는 눈앞에 서 있는 요정을 신기하게 쳐다보았습니다.


 "정말이니? 세상에! 요정이란 게 정말 있니? 동화책에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별똥별 요정은 은가루를 뿌리며 가볍게 한 번 날았습니다.


  "하하하. 나는 정말로 별똥별 요정이란다. 그런데 지난번에 보현산 하늘에서 별똥별을 뿌리다가 그만 실수를 하여 나의 지휘봉에 있는 별똥별을 산꼭대기에 떨어뜨리고 말았어. 그래서 나는 온 산을 뒤져 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지."


  별똥별 요정은 작은 지휘봉을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푸른빛이 나는 지휘봉에는 아무것도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별똥별 요정은 손가락으로 지휘봉의 끝을 가리키며 계속 말했습니다.


  "여기에 나의 은빛 별똥별이 붙어 있었지. 며칠을 이리저리 찾다가 결국 네가 나의 별똥별을 주워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이제 그 별똥별을 나에게 돌려주어야겠어. 인간들이 그것을 가지고 있으면 위험해져."


  별똥별 요정은 민우 앞으로 손을 내밀었습니다. 민우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습니다. 


  '이 별똥별만 가지고 있으면 무슨 소원이든지 다 이루어진다. 돌려주다니. 그럴 수는 없어. 보아하니 힘도 없을 것 같은데...'


  민우는 별똥별 요정을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안돼! 내가 주운 거니까 내 거야. 저리 가버려!"


  민우는 신발주머니로 별똥별 요정을 쫓아버리고 돌아서 학교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한 참 달려가다 뒤를 돌아다보니 별똥별 요정은 더는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았습니다. 혹시나 별똥별을 흘리지나 않았는지 궁금했습니다. 다행히 별똥별은 민우의 주머니 속에 그대로 들어있었습니다.


  기말시험이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은 이번 시험에도 준이가 1등을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준이는 민우네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아이였습니다. 지난 중간시험에서도 준이는 1등을 했습니다. 민우는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번 시험에서는 내가 1등을 할 거야. 어디 두고 봐라.'


  기말시험이 있기 전날 밤, 민우는 별똥별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별똥별아. 내일 기말시험에서 내가 1등을 하도록 해 다오. 부탁한다.'


  민우는 자기가 1등을 할 거라고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런 소원은 안 돼! 제발 나쁜 소원은 빌지 마."


  민우는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다보았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별똥별 요정이 슬픈 눈을 하며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민우는 코웃음을 치며 유리창의 커튼을 확 닫아버렸습니다.


  다음 날, 기말 시험지를 받아 든 민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답을 써내려 갔습니다. 모두 민우가 알고 있는 문제들만 나왔기 때문입니다. 앞 쪽을 쳐다보니 준이는 문제가 어려운 지 머리만 연방  긁고 있었습니다. 민우는 모든 시험의 답을 하나도 빼지 않고 다 썼습니다.


  '별똥별아, 고마워.'


  그로부터 3일 뒤 학교에서는 민우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습니다. 학교가 개교한 이래 처음으로 만점을 받은 학생이 나왔다고. 그 학생은 바로 민우였습니다. 선생님들은 민우가 지나갈 때마다 잘했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아이들도 민우와 친해보려고 먼저 아는 척을 했습니다. 민우는 학교에서 인기 있는 학생이 되었습니다. 민우도 괜히 어깨가 우쭐거렸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별똥별 요정을 만났습니다. 어깨가 축 늘어진 요정은 민우에게 사정을 했습니다.


  "이제 그만 그 별똥별을 돌려줘. 제발 부탁이야. 빨리 우주로 돌아가서 별똥별을 뿌리며 착한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어야 해. 그 별똥별이 없으면 나는 우주로 돌아갈 수가 없어. 제발 부탁이야. 이젠 돌려줘."


  민우는 자기 앞에서 슬픈 표정으로 말하는 별똥별 요정이 불쌍해 보였습니다. 돌려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지만, 그동안 별똥별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별똥별은 내 거야! 저리 가라!"


  민우는 주먹으로 별똥별 요정에게 으름장을 놓고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혹시 요정이 따라오지나 않을까 하여 자기 방에 들어가 방문을 잠겄습니다. 그리고 주머니에 든 별똥별을 꺼내 보았습니다. 그런데 별똥별이 좀 이상했습니다. 지난번에는 은빛이 반짝반짝 났었는데 지금은 별로 빛이 나질 않았습니다. 더욱이 한쪽 귀퉁이에 금도 조금 갔습니다. 민우는 매일같이 주머니에 넣고 다녀서 별똥별이 상했다고 생각하고 엄마의 화장대에서 작은 반지 상자를 찾아 그 속에 고이 넣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습니다.


  민우가 1등을 하고 난 뒤부터 수업시간에 선생님은 자주 민우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수학 시간에 앞으로 불려 가 칠판에 적힌 수학 문제도 풀어야 했습니다. 다른 아이가 대답한 답이 틀리면 선생님은 다시 민우에게 물었습니다.


  "자, 민우야. 네가 한 번 대답해 보렴. 너는 우리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니까 말이야."


  이것은 민우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1등을 하여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는 것까지는 좋은데 다른 것들이 민우를 괴롭힐 줄은 몰랐습니다. 


  민우는 점점 학교에 가기가 두려워졌습니다. 학교에 갈 때마다 오늘은 제발 선생님이 질문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어김없이 민우에게 수학 문제를 풀게 하고 아이들이 틀린 답도 다시 대답하게 했습니다. 민우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서 우물쭈물 더듬거렸습니다. 물론 틀린 답을 말입니다. 그럴 때면 아이들이 우우 하고 놀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습니다.


  "1등 한 사람 맞나? 어찌 저것도 모르고. 혹시 시험칠 때 커닝이라도 하지 않았는지 몰라. 하하하."


  민우는 괜히 1등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해버린 1등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아침이 되었지만 민우는 학교에 가기가 싫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가는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우는 천천히 걸으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차라리 학교란 게 없어졌으면 좋겠어. 그러면 공부도 안 해도 되고, 시험도 없을 테고. 내가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이나 하루 종일 할 수 있을 텐데...'


  민우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가도 학교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분명 학교가 있어야 할 자리에 대형 쇼핑센터가 들어서 있었습니다. 민우는 이리저리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어디에도 민우의 학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말 민우의 소원대로 학교가 없어진 것입니다. 민우는 어리둥절했지만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엄마가 문을 열어주며 말했습니다.


  "너는 어딜 갔다 오는 거니?"


  "학교예요. 그런데 학교가 없어졌어요."


  그런데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학교? 학교가 어딨어? 너 학교 안 다녀도 돼. 어서 들어가서 컴퓨터 게임이나 하렴. 나 시장 갔다 올게. 집 잘 보고 있어."


  공부는 안 하고 컴퓨터 게임만 한다며 매일같이 야단을 치던 엄마였었는데 오늘은 컴퓨터 게임을 하라고 했습니다. 민우는 기분이 좀 이상했지만 아무튼 놀라고 하니 좋았습니다.


  민우는 아침에 일어나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만화책도 보고 저녁이면 엄마와 함께 텔레비전 앞에서 재미있는 오락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민우는 학교에 가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아도 되니 매일매일이 즐거웠습니다. 민우는 집에 있기가 심심해서 바깥에 나갔습니다. 동네 오락실에는 아이들로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민우와 같은 반이었던 준이도 오락기 앞에 매달려 정신없이 오락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붓벌레인 준이가 오락실에 있다는 것이 이상해 보였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보름이 지났습니다. 민우는 이제 컴퓨터 게임이 싫증 났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는 것도 싫어졌습니다. 이제 만화책도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텔레비전도 보기가 싫어졌습니다. 선생님도 보고 싶어 졌고, 반 아이들도 보고 싶어 졌습니다. 그러나 학교가 없어졌으니 만날 방법이 없었습니다. 


  민우는 다시 학교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 민우는 학교에서 있었던 재미난 일들을 떠올려 보다가 문득 별똥별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별똥별에게 부탁을 하면 되겠네. 다시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내가 왜 진작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민우는 서랍 깊숙이 숨겨둔 반지 상자를 꺼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안에는 은빛이 아닌 누렇게 빛바랜 색깔의 별똥별이 보였습니다. 한 가지 더 이상한 것은 별똥별이 둘로 쪼개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민우는 왜 별똥별이 깨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민우는 별똥별이 깨어져 더 이상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우는 조심스럽게 별똥별을 꺼내 두 손으로 붙여 보았지만 깨어진 별똥별은 붙지 않았습니다. 민우는 혹시나 하여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별똥별아, 별똥별아. 다시 학교를 만들어 주렴. 이제 다시 학교에 가면 열심히 공부할 테니. 제발 학교를 만들어 줘.'


  별똥별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민우는 혹시나 소원을 들어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학교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학교가 있었던 자리에는 여전히 쇼핑센터가 서 있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별똥별은 소원을 들어주지 못했습니다. 민우는 힘없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민우는 깨어진 별똥별을 접착제로 붙여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민우는 자기가 나쁜 소원을 빌어서 별똥별이 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우는 자기 때문에 학교가 없어져 아이들이 공부는 안 하고 오락실에서 놀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우가 잘못을 깨달았지만 이젠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더 이상 깨어진 별똥별은 소원을 들어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민우는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며 훌쩍이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잠이 든 민우의 눈에는 눈물자국이 남았습니다.


  밤이 찾아왔습니다. 민우가 잠든 방의 유리창에 별빛이 비쳤습니다. 잠시 후, 민우의 방에 별똥별 요정이 나타났습니다. 요정은 잠든 민우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이제 나의 별똥별을 가지고 가겠어. 나의 실수로 인해 네가 나쁜 사람이 될 뻔했구나.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


  별똥별 요정은 잠든 민우의 손에 쥐어져 있던 별똥별을 빼내 자기의 지휘봉 끝에 붙였습니다. 별똥별은 다시 은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반짝반짝 밝은 빛이 났습니다. 별똥별 요정은 미소를 지으며 잠든 민우에게 별똥별 지휘봉을 한 번 흔들어 보이고는 어두운 밤하늘로 날아갔습니다.


  민우는 자기를 흔들어 깨우는 엄마의 목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민우야, 어서 일어나라. 빨리 밥 먹고 학교 가야지. 오늘 또 지각할래?"


  민우는 눈을 비비며 엄마를 쳐다보았습니다.


  "학교? 학교가 어딨어요?"


  "얘가? 아직 잠이 덜 깼나? 어서 일어나 세수부터 해라."


  민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별똥별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별똥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손에 쥐고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방 안을 둘러보아도 별똥별은 없었습니다.   


  "어디 갔지? 분명 손에 쥐고 있었는데."


  "뭘 찾니? 또 지각할 거니? 빨리 서둘러라." 


  거리에는 학교 가는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정말 예전처럼 학교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교문에 나와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민우는 뛸 듯이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습니다. 


  '별똥별아, 고마워. 나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어서 말이야. 앞으로 공부 열심히 할 거야.'


  그 순간, 아침 햇살 때문에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별똥별 하나가 반짝거리며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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