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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탁 진 Apr 04. 2024

봄날, 가슴에 품은 한아름의 아름다운 꽃다발

첫 번째 맞이하는 생일날의 파티

             봄날, 가슴에 품은 한아름의 아름다운 꽃다발... 



  어젯밤부터 내리던 비가 날이 밝은 아침까지도 계속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봄비 치고는 제법 많이 내리는 거 같았다. 저 비에 이제 겨우 피기 시작한 봄꽃들이 혹여 떨어질까 은근한 걱정이 되는 걸 보니, 나도 이제 나이가 점점 들어가나 보다... 쓸데없는 노파심이라니...


  출근준비를 하고 있는데 낯선 번호로 전화벨이 울렸다. 누구지? 요즘 국회의원 선거철이라 자주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곤 해서, 또 어떤 후보가 자기를 찍어달라고 하는 건지, 받을까 말까 아주 잠시 갈등하다가 그냥 받았다. 


  "여보세요? 아버님~" 


  나는 귀찮다는 듯이 전화를 받았던 저음의 묵직한, '라'음의 목소리가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반갑고 기쁜 '라'음으로 순식간에 한 옥타브가 올라가 버리고 말았다.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다시 한번 생일 축하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사실 생일축하 파티는 지난 주말에 했었는데, 며느리의 전화를 받으니 그날의 봄꽃 향기가 다시금 솔솔 피어나는 거 같았다. 아니, 그날의 꽃향기는 정말 내 주위에 아직도 잔잔히 머무르고 있었다. 며느리에게서 받은 꽃다발이 지금 내 방에 꽂혀 있었으니...


  지난 주말, 아이들을 보러 서울에 다녀왔다. 이제 결혼한 지 한 달이 좀 넘은 아들 부부와 딸을 만나 오랜만에 맛있는 점심을 먹고, 이촌 한강공원으로 봄나들이를 갔다. 휴일을 맞아 따스한 봄을 즐기려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러 나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떡케이크에 꽂은 초에 불을 붙이고, 우리는 둘러앉아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축하의 주인공은 나다. 


  아들과 며느리에게서 예쁜 꽃다발도 받고, 선물로 받은 봉투 속에서는 신사임당의 환한 웃음이 폴폴 피어나고 있었다. 결혼하고 처음 맞이하는 시아버지 생일이라 대구로 내려오겠다는 말에 우리가 서울로 올라가겠다며 미리 기차표를 예매해 두었다. 우리 며느리 생일이 내 생일의 일주일 뒤였으니, 한꺼번에 축하파티를 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떡케이크를 치우고 며느리 입맛에 맞을 거라며 딸이 골라온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우리는 다시 박수를 치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남들이 보면, '저기는 무슨 생일파티를 연달아하는 거지?'하고 모두들 한 번은 돌아다보았을지도 모른다. 아마 제대로 보았으면 분명 멋있는 시아버지와 예쁜 며느리의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얼굴을 보았을 게다... 


  와아~ 짝짝짝!! 생일 축하한다~~ 


  이번에는 우리가 준비해 온 장미 세 송이로 만든 꽃다발과 생일선물로 필요한 거 사라며 며느리에게 금일봉 봉투를 건네주었다. 봄꽃처럼 부드럽고 예쁜 미소가 모두의 얼굴에 피어나고 있었다.  


  아직은 조금 찬 듯한 봄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이 환희 비치는 한강공원 둔치에 많은 사람들의 웃음꽃이 여기저기에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모처럼 날씨가 좋아 많은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자리를 잡고 앉아 휴일을 즐기는 가운데, 우리도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처음으로 야외에서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합동 생일파티를 한 것이다.


  갑자기 머리 위 하늘에서는 색색의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여러 대의 비행기가 축하공연을 하고 있었다. 우리의 생일을 위한 축하공연이라니... 누가 내 생일이라고 공군에다 전화를 한 거야? ㅎㅎ 아마도 여의도 벚꽃축제를 위한 공연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타이밍이  제대로 맞아떨어졌으니...   저건 우리를 위한 축하공연이라며 모두 즐거워했다.


  며느리가 처음으로 내게 편지를 써 주었다. 생일축하 편지였지만, 이제 우리 가족이 되었으니 앞으로 행복하고 잘 살겠다는 다짐과 함께 부모님께 잘하는 며느리가 되겠다고 한다. 


  사실 며느리만 잘해서는 안 될 일이다. 시부모인 우리도 똑같이 잘해야만 말 그대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게다.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 하겠지... 사랑도, 관심도 산에 부딪쳐 되돌아오는 메아리처럼 늘 서로를 마주 보고 있어야 상대방이 느끼고 알아줄 수가 있겠지...


  예쁘게 포장된 꽃다발은 한 가지 꽃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꽃과 풀들이 색과 모양에 맞추어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이 되어 있다. 어쩌면 가족도 하나의 꽃다발과 많이 닮아 있는 거 같다. 


  식구들이 어우러져 서로를 빛내주고, 도와주고, 받쳐주어 모두가 예쁘고, 향기롭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며느리에게서 받은 카드를 다시 한번 들여다보며 다음 주 며느리 생일에 밝은 '라'음의 메아리로 생일을 축하해 주어야지... 생각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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