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은 본래 변동성이 심하지만 최근에는 그 변동성이 더욱 더 격렬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 발생 초기에 시장이 단기간에 약 34% 하락했다가 역사적으로 짧은 기간만에 반등하여 2021년 말까지 지수가 두 배가 넘게 오르는 역사적인 상승장이 이어졌고, 또 다시 2022년에는 9월까지 시장 지수가 빠르게 하락하다가 또 다시 1년도 되지 않아서 전고점 근처까지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코로나 당시에는 외부적인 변수로 인한 하락이였으며 가파른 상승장 역시 정부 차원의 통화정책으로 인한 요소가 컸지만, 올해 이어지고 있는 상승장은 시장 참여자의 대부분이 예상하지 못한 흐름입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2023년은 2022년에 이어 또 다른 약세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그 정도의 차이가 있는게 전부였습니다. 전문가들의 예측을 조롱하거나 비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주어진 수치와 상황 속에서 그들의 지식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을 뿐입니다. 또한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다는 것은 놀랍지 않은 것을 넘어서 이미 통계적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전문가들의 시장 방향성 예측에 관심을 기울이게되는 것은 가격이 관점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헤이 - CIO, 에버그린 캐피털 2/7/2023
에버그린 캐피털의 CIO인 데이비드 헤이는 2023년 2월 7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현재 시장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그의 인터뷰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약세장은 끝나지 않았으며 아직 우리는 약세장의 중간에 있다. 역사적으로 불황이 이토록 예견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마치 불황이 없을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올해 기업들의 수익은 좋지 못할 것이며 약해진 수익이 2년 연속 시장의 하락의 원인이 될 것이다."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지난 20~30년 동안 봤던 것보다 훨씬 심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물가는 오르지만 경제 성장 속도는 둔화되는 경기 침체기를 겪게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 섹터는 2023년에도 시장 수익을 상회할 것이다. 이 섹터의 기업들은 높은 현금흐름 기대수익률을 가지고 있다."
루이스 게이브 - CEO, 게이브칼 11/15/2022
게이브칼의 CEO인 루이스 게이브는 데이비드 헤이보다 앞선 2022년 11월 15일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의 시장에 대한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그의 인터뷰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나는 에너지 섹터가 하락한다면 추가 매수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줌, 페이스북, 테슬라와 같은 기업의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당신은 자본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열차는 이미 떠났다. 그건 지난번의 강세장이였다. 지금의 약세장은 지난번의 강세장의 끝을 알리는 것이다. 다음 강세장이 어디를 향할지를 생각해야한다. 번개는 같은 곳에 두 번 치지 않는다."
"시장의 PE는 약세장을 통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P(가격)는 정상적인 수치더라도 E(이익)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경기 침체가 온다면 기업들의 수익은 나빠질 것이다. 시장은 또 다시 20% 하락할 것이다."
"약세장 속에서 에너지 섹터는 시장 수익을 압도적으로 상회했다. 약세장에는 이유가 있다. 다음 강세장은 에너지 섹터일 것이다. 지금까지 에너지 섹터가 크게 상승했지만 새로운 사이클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현재, 7/31/2023
두 전문가의 예측에서 약 6개월에서 9개월이 지난 현재 시장은 어떨까요? 우선 데이비드 헤이와 루이스 게이브가 말한 수익의 약세는 생각보다 심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많은 기업들의 실적은 기대치보다 높았으며, 이러한 높은 실적들은 시장의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루이스 게이브가 예시로 제시한 기업들 중 페이스북과 테슬라는 압도적인 주가 상승을 보여줬습니다. 반대로 두 전문가가 긍정적인 관점을 견지했던 에너지 섹터는 올해 전체 섹터에서 최악의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시 소위 전문가들의 말은 믿을 수 없다고 혀를 차거나 이들의 예측이 틀렸다고 비웃을수도 있겠지만, 이 글의 요지는 힐난과 조롱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 관점을 만들게 될 때, 이러한 전문가들의 예측이 매우 합리적이며 논리적으로 들린다는 것입니다. 특히 루이스 게이브가 말한 '번개는 같은 곳에 두 번 치지 않는다'와 같은 멋진 말은 더욱 더 그렇습니다. 하락이 계속되면 점점 더 부정적인 관점이 시장을 지배하게 됩니다. 논리적으로는 시장이 하락하면 하락할수록 관점은 점점 덜 부정적으로 변하는게 옳습니다. 시장이 오늘 5% 하락했다면, 적어도 오늘의 비관론은 어제의 비관론보다는 수치로 굳이 따진다면 약 5% 덜해야합니다. 저점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어쨌든 시장은 고점보다는 저점에 가까워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관론은 시장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눈덩이가 굴러가듯이 커지기만 합니다. 하락은 또 다른 하락에 대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러한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또 다른 하락의 이유를 찾아내어 추가적인 하락의 근거로 주장합니다.
이 두 전문가들은 실제로 시장의 부정적인 예측을 이전에 성공적으로 맞췄었던 경력이 있는 전문가들로 특히 그리스 경제 위기를 정확히 짚어냈었습니다. 만일 하락장에서 이들의 인터뷰를 들었다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추가적인 하락에 또 다른 근거가 만들어졌을 겁니다. 실제로 이들의 인터뷰 전문을 보면 상당히 합리적이고 방대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약세장의 지속을 예측했습니다. 대부분의 것들은 저는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요소들로, 사람들은 보통 본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운 말들을 늘어놓는 예측을 더욱 정확한 예측으로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인터뷰를 지금 듣는다면 코웃음을 치게 될 것입니다. 이미 올해의 상승장은 투자자들의 관점을 바꾸었고, 현재의 관점에서는 이들은 흔한 실패한 비관론자일 뿐입니다.
2022년 말과 2023년 중반이 지난 지금을 비교했을 때, 시장을 구성하는 수 많은 기업들과 경제는 그다지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드라마틱하게 변한 것이 있다면 바로 주가, 즉 가격입니다. 2022년 말에 저점을 찍었던 지수는 현재 반등을 넘어서 전고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한 가격과 함께 또 하나 드라마틱하게 변한 것은 관점입니다. 지난 수 개월간 시장이 빠르게 상승하며 많은 사람들이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며 경기 침체가 오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2년 말에는 대부분이 '가장 확실하게 예측된 경기침체'에 대하여 이야기했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은 이 경기 침체가 없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꽤나 과격한 변화입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는 사실 시간이 지나야만 알 수 있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입니다. 데이비드 헤이와 루이스 게이브의 발언들은 지금은 그저 실패한 비관론이지만 또 몇 개월 후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감히 예상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투자자들에게는 자신의 관점이 가격으로 인해 형성된 것인지에 대한 꾸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관론 혹은 낙관론이 어디까지나 가격에서 형성된 관점이라면, 어쩌면 너무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는 영원히 가격에서 자유롭지 못하겠지만, 가격이 만들어낸 관점에 대한 접근은 온전히 투자자의 몫입니다.
7/31/2023
Value Investor's Sanct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