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 때 우물쭈물하거나 주저할 때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는 말을 하곤 한다. 반대로 자기 확신이 있고 자신감에 차 있는 상태를 겸손하지 못하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자신감'과 '겸손함'을 서로 반비례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무의식적 사고회로(실제로는 아닌)는 아래와 같다.
자신확신이 있다. 자신감이 있다 → 겸손하지 않다
자기 확신이 없다. 자신감이 없다 → 겸손하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두 단어의 의미가 서로 상반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감과 겸손함의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다.
자신감 : 어떤 일을 스스로의 능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 마음.
겸손함 :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
'자신감'은 자신을 내세우는 외향형의 단어이고 '겸손함'은 자신보다는 남을 존중하는 의미로 '나'라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있어 상반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감'과 '겸손함'을 둘 다 가지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싱크 어게인'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두 가지 요소는 공존이 가능하며, 가장 훌륭한 지도자들은 자신감과 겸손함을 모두 갖춘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겸손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조금 다르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겸손함 : 얼마든지 오류를 저지르고 잘못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를 갖추고 있음(싱크 어게인, 애덤 그랜트)
이러한 정의에 비추어보면 진정 겸손함이라는 것은 자신감이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말에 오류가 있거나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겸손함이 업무 성과와도 연결되는 사례는 각종 심리학 논문이나 책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자기가 무언가를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학생은 교사로부터는 효과적으로 학습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급우들로부터는 팀에 더 많이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학생들은 확신에 차 있던 동료보다 수학 점수가 상당히 높았다.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이해한 수준을 검증하려고 끊임없이 문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확신에 차 있으면서도 겸손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확신에 찬 겸손함의 대표적 사례는 단연 스티브 잡스의 사례를 들 수 있다.
팀 쿡은 스티브 잡스에 대해 “놀랄만한 말 바꾸기 선수(Flip-Flopperㆍ손바닥 뒤집듯 말 바꾸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쿡은 “잡스는 어떤 문제에 대해 매우 빠르게 입장을 바꿔서, 그 전날까지만 해도 180도 다른 입장을 취했었다는 것을 잊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쿡은 “나는 그런 것을 매일 봐왔다. 어떤 것을 바꾸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난 그것이 잡스의 능력(gift)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난 잡스가 그런 용기를 가졌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2012 D10 콘퍼런스 인터뷰 중-
그는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회의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되면 즉각 받아들이는 겸손함을 갖춘 리더였다.
어떤 리더가 ”어제 내가 한 말은 잘못된 것 같네요. 당신 말이 옳았습니다.“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이 틀렸음을 표현할 줄 아는 용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때문에 겸손함을 갖추기가 그만큼 더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갈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세대 갈등, 인종 갈등, 젠더 갈등 등 '갈등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21년 6월 영국 킹스컬리지가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념, 빈부, 성별 등 7가지 항목에서 가장 갈등이 심각한 나라 1위가 한국이었다고 한다.
'꼰대'라는 단어가 생긴 것도, 세대 간 갈등 및 직장에서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확신에 찬 겸손함'을 가진 리더가 부족해서가 아닐까?
겸손함(Humility)의 라틴어 어원 가운데 하나는 '땅에서부터'라고 한다. 나무가 땅에 튼튼히 뿌리를 내려야 오래 성장하고 생존하듯이, 겸손함이 있는 리더가 있어야 그 조직의 기반이 튼튼해지고 장기적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만함은 자기 약점을 바라보지 못하게 눈을 가리지만, 확신에 찬 겸손함은 그 약점을 극복하게 해 주는 교정용 렌즈이다. -애덤 그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