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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선 May 21. 2023

첨단 기술 환상

엔지니어의 겸손함에 대하여

기술 조직에서, 그리고 많은 기술 기업에 속한 수많은 엔지니어들과 협업해 본 결과, 꽤나 많은 사람들이 겸손함을 잊어버린 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의사소통 과정에서 종종 프로젝트가 위기에 처하거나 심한 경우 파멸의 길로 접어드는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왜 우리는 '기술'이 주된 업무를 하면서도 '의사소통' 문제로 인해 수많은 문제를 겪게 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수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주요한 원인으로 '첨단 기술 환상'을 제시하고 싶다. 우리는 기술 기업 또는 기술 조직에 종사하지만, 애초에 기술자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첨단 기술 환상


우리는 협업하는 사람들이 개발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용자 또는 관련 부서의 종사자들을 비하하거나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그들은 무례하게 구는 것이 마치 자기 자신의 권리인 양 남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우월한 존재라는 듯 행동한다. 또한 저 높은 산봉우리 위의 성에 존재하는 황제처럼, 사용자를 언제든 업신여길 수 있는 우월한 존재라도 되는 듯 행동한다. 마치 "첨단 기술 환상"에 빠진 사람처럼 말이다.


첨단 기술 환상이란,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이 자신은 근본적으로 첨단 기술 산업에 종사한다고 확신하는 현상이다. 언제 어디서든, 예를 들어 칵테일파티에서, 자기 업무를 소개할 때마다 그들은 자신이 '컴퓨터 분야'나 '통신 업계'나 '전자금융 업계'에 종사한다는 환상에 빠진다. 그 결과 자신이 최첨단 세상에 속한다고 믿는다. 우리끼리 이야기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피플 웨어-


첨단 기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해당 분야에서 근본적 혁신을 이뤄낸 연구자들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리눅스 운영체제를 개발해 낸 리누스 토발즈와 같은 사람 말이다. 나머지는 그들이 만들어 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그들이 만들어 낸 슬랙, 노션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도구, AWS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젠킨스, 도커와 같은 훌륭한 데브옵스 관련 도구들을 활용해서 우리는 개개인의 R&R(Role & Responsiblility)을 정해 업무를 체계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치를 창출해 낸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사실상 하이테크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인간 의사소통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성공은 대부분 참가자들의 좋은 인간관계에서 얻어지며, 실패는 부실한 인간관계로부터 발생한다. 사람 간의 적대적 관계 또는 무례한 말 한마디와 같은 사소한 이유로 프로젝트는 실패하거나 패망한다.

 

이것이 우리가 '기술'보다는 '동료와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일해야 하는 이유이며 그만큼 겸손함을 유지하고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피드백의 기술


앞의 내용에 따라 우리에게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기술' 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겸손함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배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의 실수도 전부 수용하거나, 그들의 실수를 방관한다면 그 또한 프로젝트를 성공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의사소통하는 것이 좋을까? 


여기에서 피드백의 기술이 필요한데, 특히 시니어 개발자 또는 관리자가 원만한 의사소통이 될 수 있도록 중재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그들 이외의 모든 포지션에 속한 사람들도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소양이기는 하다.


'심플 소프트웨어'에서는 타인과 협업할 때 피드백이 필요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래와 같이 조언하고 있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건 아무 가치가 없다. 이해하기 쉬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좋은 길로 가자고 권하는 건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 무례하게 굴어도 되는 건 아니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의 실수를 지적해야 하는 순간도 온다. 그럴 때는 감정을 절제하고 말하는 게 좋다. 굳이 직접 가서 면전에 대고 공격적인 태도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심플 소프트웨어-


다른 사람이 화도 내고 실수도 한다고 해서 나까지 그렇게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땐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바란다. 자신도 화가 날 때가 있고, 그럴 땐 동료들이 이해해 주기를 바랄 때도 있지 않은가?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진짜 똑똑한 사람은 남의 실수를 지적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서 전체 아이디어가 훌륭해질 때까지 팀원들과 발전시키는 사람이었다.



겸손함에 대하여


겸손함이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 위해서만 필요한 소양은 아니다. 겸손함은 자기 자신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내면의 나를 되돌아보게 하여 성장을 촉진한다. 그러므로 업무를 할 때 항상 겸손함을 유지하기 바란다. 특히 기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용자와 협업할 때라도 말이다.


'싱크 어게인'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겸손함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오만함은 자기 약점을 바라보지 못하게 눈을 가리고, 겸손함은 반사용 렌즈라서 자기 약점을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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