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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선 Jul 12. 2023

괴짜 개발자

"조직의 획일성이 조직의 발전을 저해한다"

우리 회사의 모바일 개발파트에는 유정현(가명)이라는 개발자가 있다. 그가 가진 아주 유니크한 몇몇 특징으로 인해 그는 종종 괴짜 개발자로 불린다.


그가 괴짜 개발자로 불리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일단 옷차림부터가 남다른 데다 매번 일정하다. 체크무늬 셔츠에 검은색 슬랙스, 갈색 구두 등등..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똑같은 옷을 입는다. 내 생각에는 똑같은 옷이 집에 여러 벌 있는 것 같다.


확실히 그는 '개발'을 좋아한다. 이 세상에 IT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지 상상이 안 갈 정도로 그는 개발을 위해 태어난 사나이 같다.


평소엔 그는 개발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를 건드릴 엄두조차 안 나지만, 개발이 잘 되지 않거나 머리를 식힐 때에는 항상 담배공원에 가서 담배를 피우고 온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실 때도 직장 동료들과 어떤 식으로 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논쟁하며 옥신각신한다. 이것이 유정현 님의 회사에서의 루틴이며,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정한 패턴을 유지한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호감이 간다. 우리 회사에는 그와 같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기술자의 장인 정신을 대우하지 않는다. 당장당장 요청자의 요구사항을 처리만 해주면 그만이다. 해달라는 것 이외에 좋은 품질을 추구한다거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하려고 하는 순간 시간이 더 필요해지게 되고, 그것을 두고 보기만 할 관리자는 없다. 따라서 그를 괴짜 취급하기 일쑤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호감이 간다. 단순한 호감 정도가 아니라, 그를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

이 회사에서 그 정도의 실력자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의 부서에서 주니어급 개발자들은 어떤 벽에 가로막힐 때마다 그를 찾는다. 그는 항상 친절하게 코드를 리뷰해 주고, 더 나은 방법을 찾는 등의 지도를 한다. 단순이 책임감에서만 나오는 행동이 아니라, 그러한 행위 자체를 즐긴다.

이것이 그를 지켜보는 것이 즐거운 이유이다. 단언컨대 이런 캐릭터를 가진 인물은 회사에 유정현밖에 없다.


회사마다 이러한 인물이 많진 않겠지만 꼭 한두 명쯤은 본 적이 있으리라.

이러한 인물을 보유했다는 사실은 우리 회사, 우리 부서에는 크나큰 축복이다. 그로 인해 건전한 개발자 문화가 조성되고 코드 퀄리티가 일정 수준이상 유지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단순히 장애를 낸 횟수, 지각을 한 횟수만 카운팅 하는 이 회사에서는 그의 가치가 빛날 일이 많지는 않다. 어떤 부서장은 그에게 너 같은 개발자는 이 회사에서 절대 부서장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를 위해서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실이기는 하다. 회사에서는 이 기능이 있냐 없냐만 따지지 퀄리티를 따지지는 않으니까. 반대로 장애나 오류가 한 건이라도 발생하면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모두가 모험하기를 꺼린다.


한때 내가 IT를 전공하고 IT부서에 종사하기 때문에 IT만이 중요한 것이라고, 불균형적 사고방식을 가진 것은 아닌지 고민을 했었지만 결국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대가 원하고 있고, IT기술이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는 경우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품질의 IT기술과 제품이다.


언젠가는 회사에서 유정현 님과 같은 생각을 하는 개발자가 많아질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것만이 변화하는 시대에서 회사와 조직과 개인이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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