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재판을 막기 위한 몸부림
연결되는 글이기에 이전 글인 ‘인민재판’ 편을 먼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papa-yuna/28
막내, 오늘 가미카제 가나?
물론 갑니다! 걱정 마십쇼!
목요일 오후면 선배들이 물어본다.
오늘 가미카제 가냐고.
제2차 세계대전 때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자살 공격을 한 일본군 특공대.
우리 팀은 금요일마다 인민재판이 열린다.
그런데 언젠가 한번 목요일에 술을 거나하게 걸친 꼰대가 금요일 8시 회의에 들어와서 횡설수설하더니 20분도 안되어 재판을 마치고 퇴정 하셨다.
그 모습을 본 팀원들이 말했다.
방법을 찾았다! 재판의 기일을 넘기는 방법을!
바로 꼰대를 숙취의 마법에 빠뜨리는 것이다.
그때부터 나의 역할이 커졌다.
꼰대가 팀장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내가 신입사원으로 오게 되었다.
내게도 인생 첫 팀장이지만 그에게도 나는 인생 첫 신입사원 팀원인 것이다.
그래서 꼰대는 나를 특별히 아꼈다.
뭐든지 불러서 설명해주고 직접 가르쳐줬기에 그의 아들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수 있었다.
사실 내가 직접적으로 느끼기에는 내게 한 그의 행동은 꼰대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냥 다정한 팀장일 뿐.
하지만 오랜 시간 알고 지내던 팀원들에게는 조금 달랐다.
그렇다 보니 둘이서 퇴근 후 술자리를 갖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많게는 일주일에 4번도 둘이서 술자리를 가졌다.
그래서 팀원들이 내게 목요일마다 가미카제 특공대를 요청하는 것이다.
팀장님 오늘 한잔 하나요?
물론이지!
목요일 오후면 어김없이 약속을 잡는다.
퇴근길 꼰대와 내가 둘이서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팀원들은 눈빛으로 응원을 보낸다.
먹여라! 먹여서 자빠뜨려라!
말로 하지는 않지만 팀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현재까지 파악된 꼰대의 주량은 2병이다.
그 말인 즉, 목요일 저녁은 둘이서 4병 이상을 마셔야 금요일 인민재판 시간이 짧아진다는 의미다.
눈치채지 못하게 천천히, 그리고 항상 잔의 8부 이상을 채워 드린다.
짠을 유도하는 행위는 덤이다.
그렇게 목요일 밤을 팀장과 함께 불태운다.
거의 매주 그랬다.
금요일 오전. 재판이 있는 날이다.
팀원들은 나의 눈치를 살핀다.
그리고 나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으로 대답한다.
역시나 오늘의 재판은 20분 만에 종료되었고 꼰대는 퇴정 했다.
진짜 니밖에 없다!!
팀원들이 환호한다.
퇴정 한 꼰대는 보통 어디론가 사라져서 9시가 되어야 자리로 돌아온다.
그동안 메신저로는 나에 대한 칭찬으로 가득하다.
오늘도 반파시켰구나 네가 진정한 가미카제의 용사다
아니, 틀렸다.
가미카제를 했음에도 나는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적만 제거하는 최고의 가미카제 특공대.
그게 바로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