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철 Jun 25. 2024

6.25 한국전쟁 74주년


오래 전 언론사에 근무하는 친구를 위시해 몇몇 동기들이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는데 유독 한 가지가 분명하게 기억된다. 갑자기 언론사에 있는 친구가 '대한민국이 이만큼 올라서는데 미친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했다. 다들 돌아가면서 박정희나 삼성 등 으레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세력들 중심으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그때 나는 분명하게 '전쟁이 없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한 10년 전의 이야기니까 전후 60년쯤이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평화 상태를 유지한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발전의 일등 공신임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대학 교정의 우람한 나무들도 평화 상태의 행복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예상 밖의 답변이라 다들 뜨악한 표정들을 지었지만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러-우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쟁과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의 나라들을 생각하면 답은 분명하다.


오늘은 6.25 한국 전쟁을 겪은지 70주년이 된다. 페친 한 분은 전쟁을 전후해서 겪은 참혹한 가족사를 알려준다. 우리 집안에도 부역자 문제로 고생한 삼촌이 있었다. 그 삼촌을 구출하기 위해 뛰어다녔던 부친은 제대로 공부 한 자 하지 않은 자들이 무슨 사회주의 운동 가냐고 역정을 내신 적이 있다. 철원의 호랑이라고 불리던 나의 셋째 매형은 소령 진급을 몇 달 안 남기고 1974년 휴전선 내의 GOP에서 북한군의 총을 맞아 전사를 했다. 당시 신문에 크게 난 적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전쟁과 분단으로 인해 생긴 상처들이고 고통들이다. 아직도 남북 간에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다시 만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그 꿈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74년 전의 한국전은 여전히 끝나지 않아서 언제든지 열전 상황이 벌어질 것처럼 순식간에 달궈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74년 가까이 이 땅에 큰 전쟁은 없었다. 나는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악의 평화일지라도 최선의 전쟁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다.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런 평화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고, 누가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우리 자신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힘이 있어야 하고, 그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도 해야 하고 희생도 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는 김일성도 그렇고 이승만도 똑같이 역사의 죄인들이다. 그리고 전쟁을 부추기는 모든 세력들은 평화의 적들이다. 


작가의 이전글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