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신문이 글 주간이라고 하면서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 강의를 하나 보다. 나 역시 글을 많이 쓰다 보니 글을 어떻게 써야 잘 쓸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밥 먹듯이 쓰라!'고 말한다. 너무 당연한 말에 대해 놀라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다.
밥은 매일 매 끼니마다 먹지 않는가? 이렇게 밥을 먹는 것처럼 글을 쓰면 당연히 글을 잘 쓰게 될 것이다. 많이 할수록 익숙해지는 건 자연의 당연한 이치이다. 내 아내가 신혼 초에는 직장 다니느라 제대로 요리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 당시 다른 건 몰라도 음식이 맞지 않아서 애를 먹은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요리를 하든 내 입에 쏙 맞고 맛도 있다. 오랫동안 실습을 했기 때문이다.
법 먹을 때 특별한 경우를 뺀다면 굳이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 물론 외식을 할 때나 특별한 잔치를 집에서 할 때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매일의 밥 먹기는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매일 먹는 밥을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매 끼니 하는 일은 그냥 자연스럽게 먹지 않나? 글 쓰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글을 너무 어렵게 *폼을 잡으려 하니까 써지지 않는 것이다.
물 긷고 밥 짓는 일에도 도가 있다. 도가 멀리 떨어져 다른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매일 같이 글 쓰는 일에도 도가 있다. 지금 내가 여기서 쓰는 글 밖에 다른 글이 따로 없다. 그 글에 글 쓰는 이의 삶과 정신이 다 들어있다. 글을 건성으로 쓰면 읽는 이들이 금방 알아챈다. 글에 정성과 깊이가 있으면 읽는 이들이 감동을 받는다. 때문에 영혼이 없는 글, 자기 생각이 없는 글은 절대 금물이다. 단 한 줄을 써도 자신의 생각과 영혼이 깃들어야 한다.
글을 쓸 때 대상을 직시하듯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좋다. 구체적인 사물도 그렇지만 추상적인 생각도 마찬가지로 구체적으로 보듯이 쓰는 것이 좋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쓰다 보면 글이 관념의 늪에 빠지지 않고 보다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쓸 수가 있다. 이 과정을 오랫 동안 반복하다 보면 추상적인 생각이나 관념들도 비교적 잘 다룰 수가 있다. 구체를 반복하면서 추상으로 올라가는 방법은 인식의 훈련에도 좋다. 그런 의미에서 구체에서 추상으로 가고, 추상에서 다시 구체로 돌아오는 방법은 대부분의 학문 연구 방법으로 많이 쓰인다.
나는 글 쓰는 일을 나만의 사적인 일이 아니라 공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매일 같이 글을 써서 SNS에 올리고 여러 군데 가입해 있는 단톡방에도 올린다. 이렇게 보내는 곳이 거진 수백 명에 달한다. 이렇게 올리면 환영하거나 수고했다는 표시는 거의 없다. 어떤 경우는 여기가 너의 독서실이냐고 하면서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내 할 일만 한다. 나는 나의 글쓰기를 하나의 보시 행위라 생각한다. 보시는 먹을 것을 베푸는 행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양식을 베푸는 행위도 포함된다.
글을 오래 쓰다 보니까 나의 뇌구조가 글쓰기에 최적화되어 있는 느낌이다. 나는 글을 쓸 때 일단 주제에 대해 확실하게 컨셉을 잡으면 그냥 하나의 호흡으로 써 내려간다. 말하기 좋은 이들의 말로는 '일필휘지'라 할 수도 있다. 일단 글을 마치면 띄어쓰기 외에는 거의 수정할 내용이 없다. 물론 전혀 없다는 말이 아니다. 때문에 나는 보통 글을 전문으로 쓰는 사람들보다 비교적 빠른 편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나의 글쓰기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좋은(?) 글을 그렇게 빨리 쓰나요?"라고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복적인 글쓰기가 뇌구조를 바꾼 것 같다. 이런 반복적 습관이 글쓰기에도 정말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