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이 1894년 한글을 정부의 공식 문자로 선포한지 130년 만에 드디어 한글로 쓴 소설이 세계인들에 의해 인정받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1894년은 1443년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지 451년이 되는 해이다. 451년 동안 한글은 한문 숭배와 소중화에 빠진 선비들에 의해 뒷방 문자로 홀대를 받았다. 만일 조선의 선비들이 한글을 일상 언어와 '나랏말'로 사용했더라면 조선의 변화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공식 문자로 선포된 후 지난 130년 동안 일제 식민지 시기를 거치면서도 한글의 성장과 파급은 급속도로 이루어졌다.
일제 시대에 나온 수많은 한글 시들과 소설들을 보면 가히 놀랄만하다. 한글은 한국인들의 표현의 욕구를 폭발적으로 배가시켜준 것이다. 일제가 패망 후 물러간 뒤로는 밀물처럼 몰려온 영어 홍수에도 불구하고 한글은 한국인들의 문맹율을 낮추고 교육열과 정보 접근을 크게 높여 주었다. 한국이 1960년대부터 시작한 근대화와 1970년대 이후 이루어진 민주화에 성공할 수 있었고, 1990년 대 이후 정보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도 한글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한글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정보화의 견인차라 할 수 있다. 이제 2024년, 나라의 공식 문자로 채택된지 단 130년 만에 한글로 쓰인 소설이 '노벨 문학상'을 받는 쾌거를 이룩했다. 한글의 인지도는 더욱 커지고, 세종학당과 한류 컨텐츠들을 통해 한글을 접하던 세계인들은 한글로 한국 소설들을 읽으려 할 것이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당연히 그들은 한국의 철학과 사상에 대한 욕구를 표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