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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철 Oct 16. 2024

한강과 문해력


작가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을 보면 확실히 한국인들의 문해력이 수준 이하라는 것을 의심하기가 힘들다. 노벨 문학상 수상 위원회는 수상 이유로 "한강의 강렬한 서정적 산문이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들은 한강의 서정적 문체에 주목했고, 한강의 작품 속에서 고통과 인간 존재라는 두 키워드가 중요하다는 점도 드러냈다. 아주 짧은 문장이지만 할 말은 다 하고 있다. 촌철살인이라는 말은 이런 표현을 두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리키는 달은 안 보고 엉뚱하게 이념 논쟁과 역사 왜곡으로 비화시키거나, 지엽적인 표현 문제를 가지고 설 문학으로 비하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오래 전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고 한 무학 대사의 말이 생각난다.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일종의 확증 편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인데, 그 증상이 심한 편이다. 소설이나 기타 예술 작품은 특정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의미와 깊이를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감상의 안목(眼目, discrimination)이란 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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