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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철 Oct 29. 2024

잔치와 파티

지난 주말 서울대 인문관에서 열린 한국 미학회와 헤겔학회 공동 주체 심포지움에 가서 받은 인상 중의 하나이다.


서양인들은 파티를 많이 하고 한국인들은 잔치를 많이 한다.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먹을 만큼의 음식을 준비를 해 가지고 온다. 그렇기 때문에 파티를 여는 호스트 입장에서는 준비하는데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반면 한국인들이 즐겨하는 잔치는 주인이 모든 것을 준비한다. 이 경우 초대자는  참석하는 손님들을 위해 온갖 음식들을 많이 준비하느라 허리가 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 파티에 참가하는 손님들은 가볍게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하고 소통하는 데 관심을 많이 갖는다. 반면 잔치에 오는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끼리끼리 지인들과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며 음식 먹는 일에 열중한다.


파티와 잔치는 서양식 문화와 한국식 문화의 차이를 잘 드러내준다. 게다가 이러한 차이가 문화와 생활 양식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한 개선되기가 쉽지 않다. 여러가지 생활 스타일이 많이 바껴도 근본적인 차이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주말 한국미약회와 헤겔학회가 공동으로 준비한 심포지움에 참석하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한국의 심포지움은 기본적으로 참석자들과의 대화나 소통에 관심이 없고 중시하지도 않는 것 같다.  대부분의 심포지움은  발표자들이 열심히 준비한 논문을 읽어내려가고 청중들은 수동적으로 그것을 듣기만 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날도 무려 6개의 논문과 논평이 발표되다 보니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았다. 일종의 논문 잔치를 여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런 한국식 문화는 여간해서는 달라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발표자가 자기 논문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굳이 논문을 읽기 보다는 대화하듯이 설명하는 것도 좋다. 그러면 참가자들도 핵심 내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질문을 하기가 좋다. 그리고 논문은 사전에 이메일이나 공지문 형식으로 배포해서 읽어오도록 하면 될 것이다. 대화와 소통을 원한다면 파티 형태가 좋고, 집중과 친밀을 원한다면 잔치 형태가 좋다. 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창의성을 유도하려면 대화 방식이 좋지 않을까? 한국형 심포지움 방식에 혁신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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