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어제 대전 충남대에서 열린 <양명 하곡학 대회>에 참석했다가 고등학교 시절의 오랜 친구 이경룡 선생을 만났다. 이 선생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반을 같이 했는데, 중간에 검정고시에 합격해서 학교를 중퇴했다. 그후 그는 성대 사학과에 들어갔다가 대만 국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해서는 세종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정년 퇴직 후에는 강화에 소재한 하곡학 연구원의 원장을 맡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양명학자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양명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양명학 대회에 참석한 것인데 덤으로 오래 전의 친구를 40여년 만에 만난 것이다.
만남의 과정도 극적이다. 내가 뒤늦게 2분과에 들어가서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마침 국제 뇌과학 대학원의 조남호 선생이 현상학자 Iso Kern과 양명학에 관해 발표를 하고 있었다. 그이는 양명학을 제대로 알려면 불교와 도교를 알아야 한다고 하면서 그 진수는 시비를 넘어서는 6식에서 가능하다고 했다. 6식은 신비주의 체험을 했을 때만 깨달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질문하는 시간에 내가 그러면 철학을 포기하는 것인가냐고 하면서 철학은 언어의 규정에서 출발하고 20세기 서구 철학은 언어학 혁명에서 출발하는 현실을 어떻게 볼 것인가? 깨달음을 강조하지만 비트겐슈타인의 딱정벌레에서 보듯 누가 그것을 알 수가 있는가? 철학이 사적 언어에 기초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식으로 질문했다. 이런 나의 모습을 이선생이 알아 보았다가 다음 발표자로 나서면서 오랫만에 해우의 악수를 했다. 40여년이 흘러서 달라진 것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조만간 서울에서 회동을 해서 그동안 달리 걸었던 인생 행적을 더듬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