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의 탄생, 박남정의 널 그리며

이태원 비보이, 가요계의 댄싱킹이 되다

by 하기

명곡의 탄생, 박남정의 널 그리며

이태원 비보이, 가요계의 댄싱킹이 되다


별빛 반짝이는 저 하늘 아래

도시의 가로등 웃음 지을 때

난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지

아무런 말없이 홀로 거니네

외로운 밤 소리 없이

어디론지 가고 싶어

흘러가는 구름처럼

정처 없는 이내 발걸음

허전한 내 마음 그대는 알 거야

귓가에 맴도는 그대의 속삭임

왜 이리 내 마음 적시어 있는지

애타는 마음을 너는 알겠지

왜 난 이리 널 그리는 걸까

왜 내 모습 보이지 않는 걸까

너는 내 마음을 알고 있겠지

우린 서로 사랑하니까

어둑어둑해진 밤하늘 아래

어딘가 들리는 휘파람 소리

무슨 생각에 잠겨있는지

아무런 말없이 홀로 거니네


이태원의 문나이트는 1980년대와 1990년대 댄서들의 성지였다. 박남정을 시작으로 서태지와 아이들, 현진영, 듀스, 클론 등 내로라하는 댄스가수들이 문나이트에서 춤을 추고 두각을 나타내어 가요계에 데뷔하며 스타가 되곤 했다. 지금은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아 운영 자체가 힘든 상황으로 운영자인 강원래가 매수자를 찾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춤꾼들의 명예의 전당으로 잘 나가던 과거를 추억으로만 간직하게 될 운명이다. 80년대 후반 용산에 있던 단과학원에서 재수를 하던 나도 학원에서 가까운 이태원에 있던 문나이트에서 춤을 좋아하던 친구들과 몇 번 같이 따라가 놀던 추억이 있는데 그때 같이 춤을 추고 놀던 친구들은 모두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박남정은 1986년 전국 디스코 경연대회에서 1등을 하며 댄서로서 먼저 데뷔한다. 선명회 합창단 활동을 통하여 보컬 트레이닝을 하고 댄스가수로서 데뷔를 위하여 오디션을 보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 여성 댄스가수는 인순이와 나미, 김완선이 활동하고 있었고 그룹으로서는 소방차라는 걸출한 트리오가 있었지만 남자 솔로 댄스가수는 가요계에 존재 자체가 없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본격 댄스가수를 표방하는 박남정의 시도는 먹혀들지 않았다. 춤은 거들뿐 가수는 노래가 우선이라는 것이 가요계의 대세였던 것이다.


MBC 합창단 활동을 하며 작곡 실력까지 겸비하게 된 박남정. 1988년 스타제조기 안치행이 작곡한 '아 바람이여'라는 트로트 고고 댄스곡으로 데뷔를 하게 된다. 노래는 전통적인 트로트 댄스곡이었지만 안무는 마이클 잭슨을 흉내 낸 로봇춤과 브레이크 댄스를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신선한 댄스가수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하게 된다. 박남정을 댄스가수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해 준 명곡이 탄생한 것은 1989년이었다.


합창단 활동을 하며 키워 둔 작곡 실력이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ㄱㄴ춤'이라는 안무가 노래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널 그리며'는 가요 톱 10에서 5주 연속 1등을 하며 골든컵을 받게 된다. 이어서 '사랑의 불시착'이 골든컵을 받으며 1989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어낸다. 조용필 5집(나는 너 좋아, 친구여) 이후 두 번째로 한 앨범에서 두개의 골든컵 수상곡을 만들어 내는 전설을 완성한다.


2집의 대성공으로 자신만의 음악을 추구할 수 있게 된 박남정은 이후 새로운 댄스가요를 시도한다. 박남정과 친구들을 결성하여 방송국 전문 무용단이 독점하던 백댄서를 독립적인 스타로서 양성하는 최초의 시도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양현석과 이주노라는 걸출한 춤꾼들을 영입하고 실력을 키운 이들은 후에 서태지와 아이들을 통하여 한국 대중가요의 새 역사를 만들어 낸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없는 법.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와 동시에 나온 박남정의 '비에 스친 날들'은 뛰어난 음악성과 독창적인 안무에도 불구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탄생 속에서 대중들의 관심에서 비껴 난다.


그리고 댄스가수로서 박남정의 시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 서태지와 아이들에 이어 듀스, 현진영, 클론 등의 등장과 해체 등 댄스가요 유행의 사이클은 짧아지기 시작했고 인기의 지속도 그만큼 빠른 교체를 반복하였다. HOT와 젝스키스의 등장으로 완성된 칼군무와 대형기획사에 의한 가요 제작 시스템은 기존의 개인 활동 위주의 아티스트들에게는 생존할 수 없는 생태계를 강제하였다. 댄스가요계의 주인공이 아티스트에서 아이돌 엔터테이너로 빠르게 재편되는 것을 박남정은 예상하지 못했고 깊은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그의 부활은 가족들과 함께 시작된다. 8년여의 긴 연애 끝에 결혼을 한 후 두 딸을 낳고 알콩 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유자식 상팔자'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족 예능이라는 형식으로 방영되며 인기를 얻자 역으로 과거의 가수 활동이 재조명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두 딸과 함께 그의 노래가 자주 호출되고 어리버리하지만 두 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딸바보 아빠 캐릭터를 얻은 그는 엔터테이너로서 새로운 페르소나를 수행하게 된다. 가수로서 신곡을 만들어 앨범을 내는 작업도 계속하여 본분을 잊지 않는 성실한 모습을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합창단 활동으로 다져진 보컬과 작곡 실력을 가진 싱어 송 라이터. 이태원 클럽에서 다져진 브레이크 댄스와 로봇춤으로 한국의 마이클 잭슨을 꿈꾸었던 비보이. 박남정은 '널 그리며'라는 명곡과 'ㄱㄴ 춤'을 만든 명안무로 대중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에게 삶이 부여한 한 여자의 남편, 두 딸의 아버지, 또 가수로서의 임무를 끝까지 훌륭하게 마무리할 수 있기를 팬으로서 기원해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g21lBGfnzfs


https://www.youtube.com/watch?v=VS6giJEpk8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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