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한 혜화역 2번 출구
학창 시절 축제 뒤풀이를 하던 대학로 거리
신문지를 깔고 막걸리를 마시며 시작한 뒤풀이는
언제나 어깨동무를 하고 아침이슬을 부르는 것으로 끝나곤 했지
첫 미팅 그녀와 커피를 마시던 학림다방은
이제 문화재가 되어 나를 반기네
사람들로 북적이는 맞은편 별다방에서
카페라테 한잔을 테이크 아웃해 거리로 나선다
마로니에 공원에는 오래전 그날처럼
사랑을 시작하는 청춘들의 설레임이 가득하고
식어진 커피를 마시고 나서
콘서트를 같이 보기로 한 딸아이와 친구들을 만난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 지
끊임없이 재잘대며 깔깔거리는 아이들과
김광석이 1000일 동안 공연한 학전소극장에서
작은 클래식콘서트를 관람한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르고
딸아이와 친구들은 이 시간을 추억해 줄까?
그들은 이 시간을 잊어도
그때도 학림다방엔 여전히
미팅을 하는 젊은이들이
한잔의 커피를 나눠 마시고
4월의 마로니에 공원은
시작하는 첫사랑의 설레임으로 가득 차고
학전소극장을 지날 때는
김광석의 "나의 노래"가 귓가를 울렸으면 좋겠다
마치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