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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서재 강현욱 Jun 07. 2024

허수아비라 느껴질 때면.

제3장. 삶.


혹독한 태양 아래 땅은 주름진다

때아닌 폭풍우에 물길은 흩어진다

  없는 캄캄한 어둠 에서

밤이 이울도록 그는 눈물을 닦아낸다.


짖궃은   한마리 그의 눈을 쪼아댄다

지나가던 누렁이 발 아래 오줌을 갈긴다

그를 향해 짖어대는 고라니의 울음에도

그는 쓸쓸한 미소 안으로 표정을 감춘다.


 낮에는 자작나무와 소곤거리

 밤에는 별빛에게 속을 보여주고

지나가는 바람에게 안부를 물으

처음부터 혼자인 듯 그는 견딘다.


눅눅한 솜뭉치로 속뜰을 데우고

얼룩진 셔츠 한장에 꿈을 가리고

낡은 밀짚 모자로 구멍난 그림자를 만들며

처음부터 그렇다는 듯 그는 자리를 지킨다.


꽃들의 미소를 감싸 안으며

붉은 열매에 입김을 불어 넣고서

떨어지는 낙엽소리 슬퍼도 하고

 덮힌 적막 너머를 흐릿한 눈빛으로 응시한다.


다만, 그는 모른다.

습기 눈으로 기다리그에게

적요한 침묵으로 견디그에게

축축한 손으로 힘껏 지켜내는 그에게


고귀한 금빛 물다발내린다는 

아름다운 향기가 머무른 다는 걸

그를 바라보는 생명이 가득하다는

나의 눈에는 잘 보이는데.


오직, 모른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멋쩍게 웃고만 다.


덧.

일본 출장을 잠시 다녀왔더니 어느새 수박이 자그마하게 맺혔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좁게만 느껴지는 허수아비의 등을 바라보며, 그의 애쓴 흔적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세월을 견디며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항상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 뜬금없지만... 첫 북토크를 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부끄럽지만 한편으로 설레기도 합니다. 들어주시는 분이 단 한분 뿐이더라도 즐겁게 얘기 나눠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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