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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서재 강현욱 Dec 20. 2024

또 하나의 죽음.

12월의 셋째주.


 사랑을 하게 되면 비록 희미한 빛일지라도, 그것을 잡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다가간다. 그것이 나의 사랑이다. 그러나 그 사람은 어느순간 나를 향해 다가오는 법을 잊어버린다. 두려움이 사랑했던 기억조차 지워버린 것인가. 시간이 뜨겁던 심장을 부식시킨 것인가. 자꾸만 일깨워 주려 애쓰지만, 손에  물처럼 새어나갈 뿐이다. 꽉 쥐려할수록 물은 급격히 사라진다. 나의 사랑에 작별을 고하는 것이 그를 위한 일임을 받아들인다. 물은 천천히 흘러내린다.

아주 천천히. 내가 감당할 수 있을만큼.


 '페소아'남과 헤어짐은 하나의 죽음이라 말했다고 한다. 죽음 후에 내게 남은 건 캄캄한 침묵과 지울 수 없는 추억, 그리고 대상이 사라진 나약한 약속뿐이다. 남은 것들에 저항하지 않는다. 저항은 고통을 더욱 예민하하니까. 나의 사랑을 불멸화하려작업이 훨씬 덜 고통스럽다. 내가 사랑에 작별하는 방식이다. 서러워할 것도, 후회할 것도 없다. 그저 마음에도 죽음이라는 게 있음을 이해하는 일이 나를 위한 일이다. 나의 사랑을 깊이 애도한다.

애도의 힘은 내 글의 동력이다.


덧. 차가운 공기가 셔츠안까지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사랑했던 시간. 다시 오지 않을 마음에 더욱 시릿해지는 계절인 듯합니다. 작가님들, 독자님들 건강 잘 챙기셔요.

항상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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