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작가의 글

그렇게 엄마가 되었다

by 너의엄마

또각 또각 나의 자존심 9cm 하이힐 소리를 내며 잘 차려 입은 내가 향수 향을 풍기며 회사에 들어선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앉아서 믹스 커피 한 잔 타서 자리에 앉아 오늘 일정을 정리하는 나의 모습을 살짝 탁상 거울로 보며 스스로 우쭐한 기분을 느낀다. 나는 이시간이 참 좋다. 이 시간의 공기도 이 시간의 여유도 좋다. 내가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은 이 느낌이 참 좋다. 내가 이 자리에 오려고 얼마나 치열하게 고생을 했던가... 새벽에 출근하고,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고... 그렇게 믹스를 마시며 나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직원들이 하나 둘 출근을 하며 서로 인사를 한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나를 향해서 인사를 하는 팀원들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내가 인사를 하려는 순간!

"응애~ 응애~" 울음 소리가 들리고 나는 정신을 차렸다. 아 꿈이 였다. 나는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그 공간이 아닌 집에서 향수 향이 아닌 분유 냄새를 풍기며 배 위에 아이를 안고 잠들었던것이다. 결혼하고 일에 열정을 쏟던 내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찾아왔고 나는 엄마가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도 일처럼 내가 계획한 대로 될 줄 알았는데... 이건 돌발 상황의 연속이다. 남편과 나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살고 있는 촌뜨기로 이 서울 땅엔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고... 이 작고 예민한 생명체를 우리 둘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우리는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는 완벽한 가정을 이루고 나는 100일 후 바로 다시 회사에 복귀해서 멋진 엄마가 될 줄 알았다. 아이는 TV에 출연하는 아이들 처럼 귀엽게 웃고 자고 그럴줄 알았다. 그건 정말 우리의 착각이였다. 아이는 세상에 예민함을 모두 가지고 태어났고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던 나는 하루종일 아이를 안고 달래며 시간을 보냈고 밥도 먹을 수 없었고... 내가 너무 좋아하던 커피도 마실수 없었다. 그리고 서로를 만난게 너무 큰 행운이라 생각했던 남편과 나는 수면부족과 예민함으로 매일 싸웠다.

'이러다 진짜 우리 이혼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가 너무 미웠고 너무 원망스러웠다.

아이가 울면 어찌 달래야 할지 모르겠고 아이가 울다 죽을까봐 무서웠다.

울다 얼굴이 터질거 같았고, 울다 분유를 토해서 기도가 막히는건 아닌지 .. 태어나서 느껴보지 못한 공포가 밀려왔고 그 공포는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예민함은 남편에게 향했다.

나는 내 일이 너무 좋아서 아이를 원하지 않았지만 그는 아이를 원했다. 그는 입 버릇처럼 "아이가 생기면 내가 다할게. 아이랑 놀아주는것도 내가 다할게. 육아 휴직도 내가 할게." 라고 말했지만... 결과 적으로 그는 변함없는 생활을 하는것 같고 나는 모든게 바뀌었다. 예민한 아이를 두고 복직은 꿈도 못꾸는 것이기에 나는 퇴사를 했고... 화장을 예쁘게 하고 옷을 차려 입던 나는 영혼이 빠진 사람처럼 머리도 못 감고 남편의 옷을 입고 있다. 나의 9cm 하이힐은 나의 자존감만큼 납작한 운동화로 바뀌었다. 그렇게 나의 시간은 흘러 흘렀다.

그래서 아이의 출산을 후회하는 걸까? 이 작고 예쁜 생명체는 나에게 배움을 주기 위해 태어난 나의 새로운 우주이다. 나는 이 우주를 보며 세상을 다시 배우고,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너무 힘이 들지만 또 내가 한번도 느끼지 못한 사랑과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엄마로 살아가는 이야기 속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