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아픈 이유를 고민해 본다

성숙한 남성 06

by 꿈애취애

“현대 사회에서 남자는 불쌍하고, 여자는 복잡하다”라는 문장을 유튜브에서 접했습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글입니다. 저도 나름대로 해석을 해 봅니다.


남자는 사회적 성공과 연예적 성공(혹은 연예 시장에서의 평가)이 일치합니다. 능력 있는 남자가 인기 있는 남자입니다. 이긴 사람이 다 가지고 패한 루저에게는 남는 게 없습니다. 그래도 과거에는 현대 사회만큼 경쟁이 치열했다고 생각치 않습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남자들은 마을 단위에서 경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경쟁 단위가 국가, 글로발로 확대되어 더욱 더 치열한 다툼에 내 몰립니다. 1등의 영광과 트로피를 차지하기 위해서 예전에는 수백명의 경쟁자만 존재했다면, 이제는 수십만명, 수백만명과 싸워야 합니다. 특히, 남성의 스펙은 여성의 비해, 객관화, 서열화가 쉽습니다. 여성의 외모(얼마나 이쁜가)와 같이 주관이 들어가는 스펙과는 달리 남성은“연봉은 얼마?, 자산은 어느 정도?, 키는 몇?”처럼 수치화해서 줄 세우기가 편합니다. 그렇기에 남자는 (경쟁이 격화되어) 이전보다 더 불쌍해졌습니다.


여자의 경우는 사회적 성공과 연예적 성공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2개의 영역은 별개의 공간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공간에서 요구되는 속성이 많이 다릅니다. 결정사(결혼정보회사) 유튜버의 방송을 보던 중, 결정사 여대표님의 발언을 보고 두 번 놀랐습니다. “여자들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이어서 남자들이 좀 이끌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기에, ‘아니, 저렇게 말해도 되나? 성인지감수성에 위배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한 번 놀랐습니다. 또, 그 멘트에 아무런 악플이 달리지 않아서 한 번 더 놀랐습니다. 여자들이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라는 말은, 방송을 보는 시청자(구독자)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인가 봅니다. 그런데, 회사(직장)에서 인사 담당자가 “여자들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이어서 리더인 팀장으로 승진을 못시키겠다“, 혹은 “직원으로 채용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면, 정말 난리가 날 것 같습니다. 담당자의 사과를 뛰어 넘어, 어쩌면 법적인 페널티까지 받을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런 심각한 이슈가 연예 시장에서 용납 된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저는 현대(대한민국) 여성들이 마블 영화의 멀티버스(다중우주)와 같은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구616에 살고 있는 인물 "완다"는 외계인의 침락으로부터 지구를 지킨 히로인이었지만, 연인을 잃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멀티버스 지구 838에서는 일반인으로서 연인과 가정을 이루고 쌍둥이 아이들을 기르며 행복하게 삽니다. 이 두 멀티버스 세계에서 완다에게 요구되어지는 것은 상반됩니다. 616에서는 인류를 지키는 전사(戰士)로서의 속성, 838에서는 육아와 내조에 충실한 전업 주부의 속성입니다. 만약 이 두 세계를 매일 넘나든다면, 그 스트레스 또한 결코 무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몇년 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여성 멤버들이 자주 아픈 일이었습니다. 큰 병에 걸린 게 아니라, 루틴 붕괴, 컨디션 난조, 몸살 기운과 같은 잔병 치레였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을 조금 더 좁혀 보면 “워킹맘”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자녀들을 성년으로 키운 분, 독립시킨 고연령대 분들은 아픈 게 없어 보였습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픈 게 정상인데, 시니어들보다 오히려 젊은 기혼자들이 아픕니다. 그 이유가 그냥 막연히 궁금했습니다.

해석의 인사이트를 얻은 것은 흙수저에서 수백억 자산가로 성공한, 수입차 판매 회사의 여성 최초 이사님의 인터뷰에서였습니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느냐는 질문에, 집에서 혼자 소주(술)를 마신다고 했습니다. 스트레스를, 전형적인 남자들의 방법으로 풀고 계셨습니다. ‘원래 술을 좋아하나? 술을 즐기나?’라는 생각보다는 ‘남자들 사이에서 남자들 대상으로 영업하기 위해서 남자들처럼 행동하셨구나’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이게 여성이 가진 고유 속성과 매치 되는 지 의문스럽기는 합니다. 이 분은 밖에서 남자들처럼 움직이고, 또 집에 와서는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여성스러움을 표출하셔야 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2개의 영역에서 2개의 속성을 교대로 사용해야 하는 것(스위칭), “스위칭 스트레스”(이 글의 맥락에 맞추어 제가 어디서 단어를 끌어와 사용해 봅니다)가 워킹맘 잔병 치레의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몇 년전 스위칭 스트레스를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비즈니스에 필요할 지 몰라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등록했는데, 40명이 넘는 수강생 중에 저만 남자였고, 또 제가 가장 어렸습니다. 이와 동시에 일본어 능력을 향상 시키기 위해, 100% 일본어로만 말하는 소규모 모임에도 들어갔는데, 그곳에서는 제가 가장 나이가 많았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1시간 이동해 일본어 토킹 모임에 들어가면 다른 세계에 입장한 것 같았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한국어로 간병에 대한 수업을 들으며 저보다 월등히 나이 많은 분들 사이에서 막내로 지내다가, 수업이 끝나면 일본어로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리드 하는 최연장자로서 활동했습니다. 이 두 개를 같은 날 수행하려고 하니 머리가 핑핑 돌았습니다. 전혀 다른 세계에서 순차적으로 상반된 역할을 수행하려니 어질어질 했습니다.

이렇게 스위칭 상황을 매일 맞이하면, 그 스트레스로 인해 잔병치레가 많을 것 같습니다. 또 그만큼 머리 속이 복잡해 질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자격증 강의는 기간이 있었고, 일본어 모임은 코로나로 인한 대면 모임 금지로 없어져, 그 상황이 자연스럽게 해제되었지만, 워킹맘은 직장에서 요구하는 속성과 가정에서 필요한 속성, 이 모두를 아침 저녁으로 전환(스위칭)해 가며 대응해야 하니, 스트레스의 강도가 꽤 상당해 보입니다.


사회와 연예, 2개의 영역이 있는 여성은 한쪽에서 실패를 해도 다른 쪽으로 물너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만약 양쪽에 걸쳐 있다면, 스위칭 스트레스 감당하며 복잡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나의 세계에서 사는 (과거의) 전업 주부와 달리, (현대의) 워킹맘은 2개의 세계를 오가는 복잡한 인생을 감내해야 합니다.

이전 05화평강공주는 인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