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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애취애 Jun 29. 2023

내 탈모를 방임하고 싶다

탈모가 진행되고 있다. 별로 개의치 않으려고 한다. 다 이루었기 때문이다. 결혼해서 애가 둘이다. 내가 성적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유인이 거의 없다. 대머리가 되어도 상관없다. 빨리 대머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머리털에 신경 쓰고 싶지 않다. 그런데 진행 상황이 매일 “보인다”는 문제가 있다. 씻기 위해 매일 거울을 쳐다 본다. 볼 때마다 점점 넓어지고 있는 이마를 본다. 무시하고 지나치려고 해도 뚜렷한 변화에 눈 감을 수 없다. 


탈모를 극복하기 위한 비용을 알아 본 적은 있다. 친척 분 중 한 분은 10년 전에 머리 심기 국내 최고 권위자에게 견적을 내 보았는데, 3천만원이었다고 한다. 또 다른 루트로 들린 이야기로는, 화투장 반 크기 만큼 심는데, 50만원이라고 한다. 

돈이 아깝다. 그 돈을 투자해 내가 얻는 것이 없다. 개그콘서트 내용 중에, 결혼 정보 회사 등급 중 1등급이 자산 100억 이상, 2등급이 자산 70억 이상인데, 대머리이면 등급이 한 등급 떨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1등급도 대머리면 2등급이 되니, 30억의 손해가 발생한다. 대머리 개그맨은 앉아서 30억을 날렸으니 억울하다고 했다. 

내가 미혼이었으면, 탈모 방지에 큰 돈을 썻을까? 글쎄다. 탈모를 방지한다고 해서 배우자를 찾는다는 보장도 없고, 돈 쓰기 시작하면 계속 거기에 쓰게 되니, 처음부터 안 썻을 것 같다. 


장래에는 모자를 쓰게 될 것 같다. 탈모가 진행된 친척 어르신 이야기를 들어면, 일단 머리가 춥다고 한다. 동감한다. 또 햇빛을 머리가 직격으로 받아서 피부 트러블이 생기는데, 비듬처럼 하얀 것들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그늘막처럼 모자를 쓰신다고 했는데, 나도 그렇게 될 것 같다. 나는 머리에 피지가 많은 타입니다. 하루라도 머리를 감지 않으면 간지럽다. 직사광선으로 인해 머리 피부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군대 훈련소에서도 그랬다. 


내 대머리 유전자는 외할아버지 유전자다. 머리 한 중간에 커다란 고속도로가 생기는 것을 보고 있으면, ‘아이고 외할아버지’라며 물려 받은 유전자를 원망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런데 손해 본 것은 없다. 다행히 결혼 잘 했고, 애도 잘 낳고 커서, 적절한 나이에 진행되고 있는 탈모에 그리 큰 피해를 본 것이 없다. 만약에 지금까지 미혼이었다면, 꽤 스트레스였을 것 같다. 


눈에 안 띄기만 하면, 잘 지낼 수 있다. 매일 거울을 보지 않을 수도 없고..., 참 짜잔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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